
한국에서는 크림소스에게 늘 억까를 당하고 있는 까르보나라입니다.
계란과 치즈와 돼지기름에서 나오는 농밀한 맛이 일품인 메뉴지요.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잠깐, 크림이요? 크림이 왜 들어가지??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뭔가 이상한 걸 보셨다면 운영진에게 1:1 문의로 신고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집에 다른 재료는 다 있는데 베이컨이 없는 관계로 장게에 달려가서 한 덩이 사왔습니다.
뭐야 내 후추 돌려줘요

장게까지 다시 뛰어갔다 오기는 귀찮으므로 그냥 미리-갈린 후추로 대체하겠습니다.
그럼 요리 시작!
1. 훈제 베이컨을 대충 1cm 깍둑썰기해서 약불로 바싹 볶습니다.
베이컨 고기보다 베이컨 기름이 필요하므로 비계가 많은 쪽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제 훈제 베이컨은 짠 맛이 충분하지 않은 관계로, 볶으면서 소금을 추가로 넉넉히 쳐줬습니다.


2. 냄비에 충분한 양의 물을 붓고 소금간을 합니다.
면수에 올리브유 넣고 뭐 그런 삽질 하시는 분들 있는데 필요 없습니다.
파스타끼리 들러붙는 건 면수 양이 충분치 않거나 물에 넣고 저어주지 않아서 그래요.
물이 끓으면 베르미첼리를 삶아줍니다. 삶은 면 사진을 찍는 것을 까먹었네요.
TMI: 베르미첼리의 지름은 스파게티보다 0.1mm 크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둘이 별 차이 없습니다.

3. 소스를 만듭니다.
저는 창천란 4개의 노른자 3개와 전란 1개를 사용했습니다.
그 위에 돌치즈를 계란을 완전히 덮을 정도로 갈아 올려줍니다.
이거 좀 과하지 않나 싶으면 좀 더 갈아 넣으면 맞습니다.

거기에 후추를 뿌립니다.
이거 좀 과하지 않나 싶을 때까지 뿌리면 맞습니다.

소금간을 약간 한 뒤 잘 섞어주면 됩니다.

3. 바짝 볶아진 베이컨 기름에 면수 한두 국자와 80% 정도 익은 파스타를 넣고 마저 익힙니다.
전 파스타를 9분 익힐 예정이었으니 7분 삶은 파스타를 팬으로 옮겨 2분간 더 익혔습니다.

4. 불을 끄고 파스타를 계속 휘저으며 적당히 식힙니다.
"적당히"가 정말 중요한데,
너무 뜨거우면 계란이 익어서 스크램블이 되고, 너무 차가우면 계란이 살균이 안 되고 농도가 안 잡힙니다.
충분히 열심히 섞었다면 위의 사진처럼 기름과 전분물이 섞여 하얀색 에멀전이 되기 시작합니다.
5. 계란 소스를 투하하고 계속 휘젓습니다.
충분히 열심히 잘 섞으면 농도도 잡히고 면에도 잘 붙습니다.

6. 완성된 카르보나라를 그릇에 옮깁니다.

(대충 들이부었는데 왜 이곳저곳 안 묻었냐고요? 초월하는 힘(셀룰로오스)을 발휘했습니다.)

7. 그 위에 후추와 돌치즈를 한 번 더 갈아 뿌려주면 완성입니다.

맛은 치즈와 계란과 베이컨 기름에서 나오는 고소함과 녹진함으로 꽉 찬 맛입니다.
다만 후추를 충분히 치지 않으면 느끼하다고 느낄 수 있으니
취향에 따라 후추를 추가해 먹으면 좋습니다.
계란 노른자 쓴 뒤에 남은 흰자가 처치곤란일 수 있는데,
딱히 해먹을 게 없으면 그냥 파스타 한 팬에다가 스크램블해 먹어도 나쁘지 않은 맛이 납니다.
팬 안에 이것저것 맛과 향이 차 있기 때문에 소금간만 하면 돼요.
자 이제 이걸 언제 다 치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