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후반부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평소 요리를 취미로 하고 있었던 터라 이번 요리대회에 반드시 참여해보겠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주물 프라이팬도 탐났습니다.
있는 게 없는 자취생 빛전에게는 조리도구 하나 하나가 소중합니다.
무엇을 만들면 좋을지 고민하던 차,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여러분은 리빙 메모리의 아이스크림을 기억하십니까?
그러나 이건 리빙 메모리에 구현된 데이터이기 때문에 빛전이 먹어본들 진짜 맛을 느낄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럼 만들어봐야지 않겠습니까?
필요한 재료와 제작 기간을 산정해봅시다.
먼저 아이스크림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대충 봐도 무언가 상당히 많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민트초코 하나 만들고자 식용 색소를 사기도 뭣하고,
아이스크림을 쌓아서 모양을 잡는 동안 녹아내려 망하는 미래가 보이므로
그릭요거트를 베이스로하여 체리, 블루베리 콩포트로 색을 내고
민트초코는 말차초콜릿 칩 맛으로 바꿔주겠습니다.

(많다.)
그다음에는 제작 기간을 정합니다.

밑재료부터 전부 만들 작정이므로 일주일을 전부 다 쓴다 생각하고 철저한 J형 계획을 짭니다.

작업은 같이 지내고 있는 작은 레포릿이 도와주기로 합니다.
<그릭 요거트>
밑바닥부터 만들기 위해 먼저 그릭요거트부터 만들어 주겠습니다.

일반 우유 1팩, 농후발효유 1통 준비합니다.
많이 만들고 싶다면 우유 1팩 당 농후발효유 1통 비율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우유는 반드시 일반 우유(무지방/저지방 x) 사용하시고, 요구르트는 '농후발효유'라고 적힌 것을 사야 합니다.

준비한 재료를 넣고 잘 섞어서 알라그 기술력(전기밥솥)으로 보온 1시간 해줍니다.
.
.
.

...시작부터 쉽지 않습니다. 에러가 나서 약 20분을 남긴 시점에서 보온 기능이 꺼졌습니다.
EO에러는 흔히 문열림, 또는 잠금장치오류로 발생하는데요
장치의 노후화로 인해 단선 또는 접촉불량이 있을 경우에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주직 기공사이지 않습니까?

기공사식 임시 조치로 오류를 해결하고 30분 더 보온 시켜줍니다.
1시간 가량 지나면 보온 기능을 끄고 상온에서 12시간 이상 발효시킵니다.
그 결과...

(흠...)
중간에 에러 난 것이 치명적이었는지 충분히 발효가 안 되어서 흐릅니다.
제대로 응고되지 않으면 다음 작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건 놔두고 다시 만들어주겠습니다.

재료는 처음 만드는 것과 똑같지만 이제 알라그 밥솥이 정말로 죽어버렸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우유를 따뜻한 물에 충분히 데워준 뒤 한 컵 정도를 비워내고 농후발효유를 넣어서 잘 흔들어 섞이게 해줍니다.
따뜻한 물을 채운 싱크대에 우유팩을 담그고 위를 보온재로 덮어줍니다.
이 상태로 약 8시간 방치해야하므로...

저녁에 만들고 하룻밤 자면 됩니다.
알라그 기술력에 비하면 굉장히 원시적인 방식이지만 확실한 성능을 보장합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면

?
마개에 이격이 있는지 물이 다 빠져있습니다.

그래도 우유팩을 열어보면 제대로 발효되어 있습니다.
유청을 걸러 그릭요거트로 만들어주겠습니다.

원래는 유청 분리기라는 장치를 사용해서 압력으로 유청을 내려주어야 하는데요,
저는 그런 게 없으므로 만물상에서 산 육수용 국물 팩에 요거트를 붓고 높은 통에 매달아서 유청을 내립니다.
이 상태로 24시간 정도 지나야 하므로 기다리는 동안 다른 밑재료들을 만들어줍니다.
<과일 콩포트(블루베리 / 체리)>

씻은 과일에 당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므로 전체 공정 중에서 가장 만들기 쉬운 밑재료입니다.
블루베리 300g, 체리300g, 설탕 총 200g을 준비합니다.
설탕 대신 대체당도 가능하므로 전 알룰로스를 사용하겠습니다.
재료 비율은 무게 기준 과일3 : 설탕1 정도로 맞춥니다.

설탕에 버무린 과일을 냄비에 넣고 강불로 끓여서 졸입니다.
충분히 걸쭉해졌다 싶으면 불을 끄고 식혀서 깨끗한 용기에 옮겨 담아 냉장보관 해줍니다.
<요거트 색 입히기>
유청을 내린지 24시간이 지났다면 요거트를 꺼내서 확인해봅시다.
거의 고체처럼 굳어져 있으면 성공입니다.
여기에 재료를 섞어서 색을 입혀주겠습니다.

미리 만들어둔 과일 콩포트와 코코아 파우더, 말차가루, 초콜릿 칩을 준비합니다.
저는 가루류는 무가당을 썼지만 달게 드시고 싶으면 이 과정에서 설탕을 섞어주세요.

색이 충분히 나도록 만들어둔 재료들을 충분히 넣고 섞어줍니다.
요거트 양이 모자라서 가루류는 시판 그릭요거트를 사서 섞어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밑바닥부터 만들지 마시고 그냥 사서 하시기 바랍니다.

다 섞었으면 면보나 팩에 넣어서 2차로 유청을 내려줍니다.
이 때는 위에 무거운 것을 올려놓아야 유청이 빠집니다.
초코, 말차도 같은 방식으로 유청을 내려주세요.
<별 초콜릿>
별 모양 장식 초콜릿을 만들어줍니다.

화이트 초콜릿 1봉지, 중탕할 그릇을 준비해 줍니다.
저는 모양을 낼 틀이 없으므로 종이호일을 별 모양으로 접어 만들었습니다.

코인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여줍니다.

분홍색을 내기 위해 체리 콩포트 시럽을 조금 넣었는데, 넣자마자 초콜릿이 분리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깁니다......
제과 자격증이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초콜릿에는 수분을 넣으면 안 된다네요.

어쩔 수 없이 색은 포기하고 별 모양만 만들고 냉동해서 굳혀주겠습니다.
<카라멜 드리즐>
아이스크림 위에 얹을 카라멜 드리즐을 만듭니다.
설탕 100g(대체당 가능), 믈 30g, 우유 110g, 버터 25g, 소금 한 꼬집 들어갑니다.

냄비는 두꺼운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설탕 100g, 물 30g 넣고 냄비를 흔들어서 설탕을 물에 충분히 적셔준 뒤 중불에서 뚜껑을 닫고 끓입니다.

설탕이 끓어서 황금색이 되면 불을 끄고 준비한 우유 110g을 데워서 넣고 섞어줍니다.

우유가 다 섞였으면 설탕 한 꼬집, 버터 25g 넣어서 섞어줍니다.

준비한 재료를 다 넣었으면 다시 약불에 끓여줍니다.
한 번 끓으면 불을 끄고 살짝 식혀 준비한 용기에 담아줍니다.
이 때 농도는 굉장히 묽은데 식으면 어느 정도 굳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막대과자(?)>
저를 굉장히 고민하게 만든 부분입니다.
이미지로 보면 유탕 처리한 과자 같기도 한데 최대한 비슷한 레시피를 찾아서 만들어봅니다.
재료: 스파게티면 조금, 기름, 설탕/소금 각각 1스푼

팬에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반으로 꺾은 스파게티 면을 튀기듯이 구워줍니다.
면이 얇기 때문에 익으면 최대한 빠르게 건져내야 타지 않습니다.

튀겨낸 면은 키친타월로 기름기를 한 번 흡수한 뒤 소금, 설탕을 넣은 봉지에 넣고 잘 흔들어 줍니다.
먹어보면 생각보다 단단하지만 단짠한 스틱 과자 맛이 납니다.
<와플콘>
마지막 밑재료입니다...

계란 1개, 설탕25g, 박력분35g, 녹인 버터25g, 우유 20g 준비합니다.

재료들을 하나씩 넣어가며 모두 섞어줍니다.
와플콘 전용 팬에 굽는 게 정석이지만 저는 와플 팬이 없으므로 프라이팬에 구워주겠습니다.
팬에 기름을 살짝 바르고 반죽을 팬에 바르듯이 얇게 올려 구워줍니다.

반죽이 익으면 뒤집어줍니다.
호떡누르개 같은 것으로 눌러주면 좋다고 하는데 전 그것도 없으므로 그냥 잘 닦은 냄비로 눌러주겠습니다.

다 구웠으면 팬에서 내리자마자 말아줍니다.
갓 구운 콘은 굉장히 뜨겁지만 조금이라도 늦으면 콘이 식어서 말다가 부서지기 때문에 속도가 생명입니다.
이것을 편하게 말 수 있는 기구도 있다는데요,
역시 있을 리가 없으므로 그냥 손으로 말아줍니다.

다 말았으면 콘 거치대에 꽂아야 하지만 그것도 역시 없기 때문에 구멍 뚫은 상자에 꽂아 고정시켜줍니다.
이쯤 되면 있는 게 뭐냐는 소리를 들을 법 하지만 정말 있는 게 없습니다.
이제 콘 위에 재료들을 쌓아주겠습니다.


꽤 그럴싸 합니다......만
아이스크림(그릭요거트) 자체의 무게 때문에 눌리면서 모양이 흐트러집니다. 안타깝네요.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며 쌓아야 합니다.

카라멜 소스도 잊지 말고 얹어줍니다.

준비한 장식들까지 얹어서 아이스크림을 완성해줍니다!!!
(막대과자 꽂는 것을 깜빡해서 합성해주었습니다ㅜㅜ)
무게 때문에 아이스크림(사실 그릭요거트)이 눌리면서 제 모양이 잘 안 나온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유청을 더 내려서 완전히 굳혀줬다면 잘 나왔을 것 같습니다.
고맙게도 친구가 사진을 보고 평가도 해주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었으면 먹어봐야지 않겠습니까?

손으로 들어보면 무게가 상당히 나갑니다.
생긴 건 저래도 좋은 원료로 밑재료부터 하나 하나 신경 써서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진짜 맛있습니다.
한여름이 오면 지금처럼 복잡하게 5가지 맛을 다 만들진 못해도 간소화해서 다시 만들어 먹고 싶은 맛입니다.
이상으로 있는 건 없지만 밑바닥부터 만드는 리빙메모리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그릭요거트 아이스크림으로 리빙메모리에서 먹어보지 못했던 맛과 함께 건강한 여름을 보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