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살 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드릴까 해요.
좋을 나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 때를 떠올려보면 그리 추억될만한 기억이 하나도 없었답니다.
나이는 어느덧 30살을 향해 가고 있었고,
얼굴도 못 생기고… 키도 작고.. 여자와는 대화도 나누어 본적도 없었을 때였죠.
그런 28살 봄.. 날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림사 로민사 어부 길드에 희귀한 물고기 구매를 의뢰하기 위해
배를 타고 림사 로민사로 향하고 있었을 때였죠.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누구나 시선이 이끌리는 아름다운 여성이 객실 한 켠에 앉아 있었지만…
무슨 일인지 그녀의 얼굴은 백지창처럼 창백했어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제 눈에 들어온 그녀는
힘이 없어 움직이지도 못하고 의자에 마치 시체처럼 앉아만 있었어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어보았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어요.
평소 부끄러움이 많던 저 였지만.. 왠지 그 여성분의 일은 모른 체 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그분의 얼굴만 봐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죠.
처음 느껴보는 감정.. 그 알 수 없는 감정에 스스로를 이상하다 느끼며,
저는 가방에 있던 재료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죠.
아.. 참 말씀을 안 드렸네요. 제 직업은 요리사입니다.
요리를 다 하고 나서.. 음식을 가져다 주자니.. 연애경험이 한 번도 없던 저는 너무 부끄럽더군요.
그래서 그 이후로 매일 요리를 해서 그녀가 잠이 들었을 때마다 머리맡에 메모와
함께 요리를 놓아두고 왔어요. 정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말이죠.
처음 몇 번 요리를 했을 때 까지는 먹지 않았던 그녀가 시간이 흐르자
제 요리를 조금씩 먹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원인 모를 기쁜 마음에 매일같이 그녀를 위해 요리를 하였고,
그렇게 몇 일이 흘러 그녀의 혈색이 조금 돌아왔을 때쯤
배는 어느덧 림사 로민사에 도착했죠.
림사 로민사에 도착하고..
배에서 내리며 들었던 생각은.. 다시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러자 그녀를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제 초라한 모습이 바닷물에 비춰지는 순간..
그녀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고,
제 발길은 그냥 단순히 배를 내리는 것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였어요..
28살 평생에 정말이지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어요.
“저기요!!”
뒤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
설마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보니 그 여자분이,
가슴 속에 가득 담겨 있는 그녀, 내 머리 속을 며칠 동안 맴돌던 그녀였습니다.
“저기… 그러니까.. 저… 저에게 음식 해주셨던 분 맞죠?”
“…………………..”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저.. 차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은데 시간 되세요?”
“……..네!!!!!”
그녀의 이름은 ‘에런’ 이었어요.
그녀는 자신의 오랜 친구들과 함께 ‘길가메시’에게 도전하기 위해 갔으나
자신이 회복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해주지 못해 오랜 친구들이 모두 사망하게 되어
자책감에 살아갈 힘을 잃었다고 하더군요.
친구들의 유품을 전하기 위해 가던 중 제 요리와 메모를 보며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었고,
친구들의 몫까지 노력하여 최고의 학자가 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림사 로민사에서 그녀와 함께 한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린 점점 가까워졌어요.
하지만, 그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흐르더군요.
어느덧 림사 로민사를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왔고,
그 일은 림사 로민사를 떠나기 하루 전, 일어났어요.
“저기 있잖아요.. 에런씨.. 저기 그러니까… 제가… 사실..”
“네?...”
“아.. 아니에요….”
저는 떠나기 전, 그녀에게 나의 마음을, 혼자 고민하던 진심을 고백하고 싶었지만..
그토록 아름다운 그녀가 나의 마음을 받아 줄 것이라는 자신이 없어 고백도 하지 못하였고,
그러게 시간은 점점 흘러.. 그녀를 집까지 마지막으로 바래다 주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었지요.
‘나는 평생 이 순간을 원망하겠지… 제발 한번만 용기를…’
용기 없는 자신을 원망하며 그녀를 바래다주고 돌아서려던 그때였습니다.
“…..저기…. 그… 그러니까…. 라면먹고 가실래요?.....”
그녀의 수줍은 한마디에 저는 너무 놀라 발을 헛디디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넘어지며 벗겨진
신이 날았습니다.
신 나는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