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빵.
맛없기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영양학적으로 흠잡을 곳이 없다는 샬레이안의 발명품.
대체 얼마나 맛없고 얼마나 우수한 영양성분을 가지고 있을까요.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1차 실험.

1 : 1 : 1 : 2의 재료 비율을 맞춰서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밀가루가 1이라 탄수화물 비율이 적은 것이 아닐까 걱정 되긴 했지만 일단 반죽해봅니다.

밀가루 50, 자색 당근 가루 50, 시금치 가루 25, 청어 가루 25를 준비합니다. (단위: g)

청어 살을 발라내는 작업 중 야생 커얼 두마리가 난입합니다. 제법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만들어진 현인빵을 함께 나눠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심 속에 발라낸 청어를 가루로 만들어 준비해줍니다.
재료를 모두 섞어줍니다. 생각해보니 밀가루가 적어 제대로 발효가 될 지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사실 밀가루의 양이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씁쓸한 시금치 향과 고소한 바다냄새가 나기 시작하면서 빵의 발효가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닫기 시작합니다.
좋은 소식이 있다면 현인빵 연구 중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는 겁니다. 바로 야생 커얼의 퇴치에 현인빵 반죽이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죠.
야생 커얼에게 빵반죽을 들이밀자 뒷걸음질치는 모습.
더이상 빵반죽이 아닌 것같지만 그래도 발효시켜봅니다. 어쩌면.... 될 지도 모르니까. 조금의 가능성이 있다면 연구해보는 것이 현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손가락을 찔러 넣었을 때 구멍이 그대로 남으면 발효가 잘 된 반죽이라고 합니다.

아주 잘 되었습니다.
2차 실험.
가망이 없는 반죽은 빠르게 포기합니다.
자세히 보니 반죽에 야채가루를 추가하여 만드는 것 같습니다.
밀가루의 양을 늘려 다시 시도해봅니다.
<2차 실험 레시피>
밀가루 150g. 자색 당근 가루 20g. 시금치 가루 10g. 청어(새끼 청어인 솔치 사용) 10g(약 3마리, 크기에 따라 오차 있을 수 있음). 우유 80g. 버터 20g. 계란 25g. 설탕 20g. 이스트 3g.
이번엔 밀가루 반죽을 한 뒤 야채 가루와 생선 가루를 추가해줍니다.

잘 섞어 준 뒤 발효시켜 줍니다.
이번엔 제대로 부풀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전공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전 실험에 비해 빵의 조리 과정을 따라가는 것 같습니다.

발효된 빵 반죽을 식빵틀에 옮겨 담고, 다시 발효시켜줍니다.
틀을 가득 채울만큼 부풀었습니다. 이정도면 빵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색깔은 빵이 아닙니다. 이제 예열해둔 오븐에 넣고 180도에서 약 20분간 구워줍니다. (오븐 기종에 따라 굽는 시간이 상이할 수 있음.)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야생 커얼들이 몇 번 다녀갔는데....
자꾸 오븐을 모래로 덮는 시늉을 합니다. 인간 기준 제법 빵 같은 냄새가 나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뭔가 잘못된 것일까요? 하지만 이 빵은 재료부터....
빵이 완성 되었습니다. 특별히 크게 보여드리겠습니다.

겉보기엔 빵입니다.
시식을 위해 칼로 잘라보면....

...빵...? 입니다. 덜 익은 걸까요? 사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은은한 바다 내음이 나는 빵이 완성 되었습니다. 빵을 바라보는 모두가 손을 대길 주저합니다.
그래도 먹어 봐야 합니다.....................
한 입 먹어 본 결과. 이것은 빵의 식감을 하고 있지만 시금치로 만든 멸치 박스의 맛이 납니다.
모두가 한 조각을 뜯어먹고 시식을 포기 했습니다. 커얼들은 이제 방에도 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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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정말 영양학적으론 훌륭한 빵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 괴식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동일한 성분을 유지한 채 건조해 자색 당근과 시금치는 약 1/10로, 청어는 1/5로 용량을 줄였다고 가정했을 시의 영양 성분을 계산해보았습니다.
*조리되지 않은 재료의 영양성분을 기준으로 계산, 샬레이안 전문 영양학 박사의 자문을 받지 않았습니다.
현인빵 자체만 섭취했을 시의 영양섭취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단백질과 식이섬유, 비타민 등은 재료를 추가해 '현인 샌드위치'로 만들어 섭취하거나 레몬에이드 등의 적절한 보조 식음료를 추가로 섭취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혹은 현인빵은 정말로 하나의 발명품으로, 각 재료의 영양성분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이런저런 가공 처리를 더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실 저도 현인 샌드위치를 해보려고 했지만.....
이 빵 위에 싱싱한 채소와 엘피스 새알 프라이를 올리는 것이 빵을 제외한 나머지 식재료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지는 맛이라 그만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빵을 구울 때 같은 공간에 있었던 친구들의 생생한 후기를 첨부합니다.


결론: 식사는 라스트 스탠드에서 하는 것이 좋다.
혹시라도 현인빵 맛이 궁금해서 도전해보시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때론 호기심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두는 것이 여러방면에서 효율적이고 이로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