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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전사들 - 1부 2화 : 림사 로민사

번호 71
15-08-07 19:02 조회 7060

소금기를 머금은 짠내가 코 끝을 간지럽히자 눈가를 비비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세유유는 자신의 몸을 덮고 있는 크라이브의 망토와 비공정의 주기적인 흔들림 덕분에 아무 걱정없이 푹 골아떨어질 수 있었다. 아침에 있었던 기미들은 어느새 모두 사라져 라라펠 특유의 탱글탱글한 피부를 되찾았다. 뺨을 어루만지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세유유가 고개를 두리번거려 그를 찾자 비공정 난간에 앉아 눈을 감고 턱을 괴어 생각에 잠겨있는지 아니면 졸고 있는지 모를 그가 있었다. 그 너머로는 한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푸르게 빛나는 달 아래 검은 바다와 낮의 푸른 바다를 머금은 것처럼 새하얀 외관과 파란색 지붕으로 맑은 하늘에 구름을 수놓은 듯한 도시, 림사 로민사가 보였다.

비공정 탑승소 까마귀 승강기에서 내리자마자 짠내를 머금은 시원한 바닷바람이 세유유의 몸을 감싸고는 유유자적 지나갔다. 그리다니아에서는 포근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정령들의 속삭임을 느꼈으나 림사 로민사는 장난꾸러기처럼 자유분방하며 호기심을 가득 머금은 정령들의 속삭임에 세유유는 자신도 모르게 활기발랄해지는 것 같았다.

"크라이브님! 저 림사는 처음 와봐요! 우리 같이 돌아다녀요!"

어느새 크라이브의 망토 끝을 잡고 당기면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하는 세유유는 성인 라라펠의 모습은 어디갔는지 찾아볼 수 없었고 영락없는 어린 라라펠 같이 크라이브를 졸랐다. 크라이브는 난색을 표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죄송합니다. 세유유님, 저는 제독실에 급한 볼 일이 있습니다. 날도 늦었으니 관광은 내일로 미뤄주세요."
"아, 음... 네.. 크라이브님, 죄송해요..."
"아닙니다. 볼 일을 먼저 말하지 않은 제가 잘 못 했습니다."
"아니, 아니, 제가 잘못한거에요... 어서 볼 일보러 가세요..."

세유유는 미안함에 귀가 땅에 닿을 듯 축 늘어졌으나 크라이브도 볼 일이 급했기에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뒤돌아갔다. 크라이브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시야에서 사라지자 세유유는 언제 미안했냐는 듯 다시 귀를 쫑긋 세우며 로브를 벗었다. 로브를 벗자 언제 갈아입었는지 보기만 해도 시원한 푸른색 반팔의 세일러복과 맨다리가 훤히 보이는 짧은 치마를 입은 세유유는 치마를 휘날리며 거대 에테라이트가 빛을 내뿜는 광장으로 향했다.

림사 로민사는 로타노 해에 떠 있는 바일브랜드 섬에 있는 대도시로 사면이 바다로 둘러쌓여있고 동쪽의 다리만이 중부 라노시아와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도시 건물의 위치가 독특한데 섬에 건물을 쌓아올리듯 디자인된 도시는 크게 상하층으로 나뉘어 미로처럼 복잡하고 게다가 비슷비슷한 하얀 외관의 건물들은 생각없이 걷다가는 길을 잃기 쉽상이었다. 그러나 푸른색 지붕을 얹은 흰색 건물들은 보는 이조차 시원해지고 탁 트인 전경과 투명한 바다덕분에 무더운 해에는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한 휴양지 코스타 델 솔과 함께 림사 로민사가 인기 휴양지로 떠오른다. 그런 곳에 처음 발 딛은 세유유는 들뜬 기분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표출하고 있었다.  리듬에 맞춰서 뜀박질하듯 걸으며 렌탈DE초코보*1를 콧소리로 흥얼거리며 건물 사이사이로 탁트인 전경과 처음보는 건물들을 신기한듯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며 눈이 바빴다.



"꾸응!"
"앗!"
"꺅! 루비!"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던 세유유는 미쳐 앞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던 카벙클을 발로 차고 말았다. 카벙클은 날라가면서 몸을 둥글게 말더니 공중에 뜬 상태로 꼬리를 빛내며 적개심을 표출했다. 카벙클의 주인인듯한 미코테는 카벙클을 감싸안으며 차인 곳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죄, 죄송합니다! 미쳐 앞을 못보고..."
"치유술!"

미코테가 한손으로 사전처럼 두꺼운 책을 펴며 외치자 두꺼운 책이 빛나며 마법 문양이 떠오르고 카벙클 머리에 박혀있는 붉은 보석에서 빛이 나더니 카벙클의 몸이 빛으로 휩싸였다. 세유유는 처음보는 마법에 놀랐다. 마법이란 지금껏 정령의 힘을 빌어 구현화하는 것만 봐왔는데 이 힘은 책과 카벙클에게서 구현화되는 마법이었다. 미코테는 카벙클을 바닥에 내려놓았고 놓자마자 카벙클은 미코테의 발목에 머리를 문지르며 감사의 의사를 보였다. 미코테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후우... 아니에요, 우리 루비가 좀 말괄량이라 주변을 안보는 버릇이 있어서... 라라펠분이야 말로 놀라셨죠?"

세유유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제서야 미코테를 바라보았는데. 미코테는 휴런들과 비슷한 보통 키에 밝고 붉은 머리결과 붉은색 갈기와 함께 솟아있는 귀, 혈색이 있고 밝은 피부와 홍조를 칠한 듯 붉은 문양이 보였고 자신과는 다른 세련된 녹색 로브를 착용하고 있었다. 세유유가 멍하니 미코테를 처다보자 미코테는 쭈그려 앉아 세유유와 눈 높이를 맞췄다.

"괜찮으세요?"
"아, 앗! 네! 네!"

세유유가 2번 대답하자 미코테는 웃으며 일어섰다. 그러고는 세유유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라라펠은 키는 작아도 선척적으로 튼튼하여 대부분 100세가 넘게 장수하는 종족이기에 이러한 행동은, 특히 초면에서는 더욱더 무례한 행동이었으나 세유유는 쓰다듬는 손길이 너무 기분 좋아 눈을 사르르 감았다.

"핫!"

떨어진 미코테의 손길에 세유유가 천천히 눈을 뜨자 거기에는 쓰다듬었던 손을 다른 손으로 잡고 서는 당혹스러운 얼굴을 한 미코테가 있었다. 그녀는 어버버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카벙클이 몸을 던져 그녀를 밀었다. 균형을 잃은 미코테는 그대로 쓰러져 세유유에게 안겼다. 오뚝이처럼 오뚝 다시 일어나 또 다시 어버버하는 그 모습을 보자 세유유는 웃음보가 터졌다. 미코테는 멋쩍은 듯 귓등을 긁었다. 세유유는 한동안 터졌던 웃음보가 드디어 멈추자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는 손을 건냈다.

"저는 세유유 세유에요, 견습 환술사고 그리다니아에서 왔어요."
"전 시 모크리 라하, 견습 비술사에요. 이쪽은 루비. 제 단짝이죠."

라하는 악수를 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카벙클 소개를 하자 루비는 라하의 목 주위로 날아와 꼬리로 목도리처럼 라하의 목을 두르고 어깨에 앉았다. 그런 루비를 라하는 쓰다듬으며 말했다.

"림사 로민사는 처음이세요?"
"네, 처음 와 봐요. 탁 트인 경관이 속을 트이게 해주는 것 같아요!"

세유유가 과장되게 팔을 벌리며 말하자 라하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쿡쿡거리며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안내를 해도 될까요?"

그 말에 세유유는 가만히 라하를 처다보다가 어깨에 앉아있던 루비가 놀랄 정도로 갑자기 다가와 눈을 빛냈다.

"네!"


라하는 들뜬 세유유를 데리고 먼저 물에 빠진 돌고래 주점으로 향했다. 물에 빠진 돌고래 주점에는 화려한 모자를 쓴 선원들이 주로 테이블에서 노래를 부르며 한잔하고 있었고 한쪽편에 있는 모험가 길드에는 모험가로 보이는 무리가 주인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여기는 모험가길드와 주점을 겸업하고 있는 물에 빠진 돌고래 주점이에요. 많은 모험가와 선원, 해적들이 들리는 곳이죠."
"해적?"
"네, 림사 로민사 주위에는 수많은 해적단이 존재하고 지금 제독에 오르신 멜위브 블루피스윈님도 해적이셨던 과거가 있을 정도죠."

라하는 점원에게 익숙하게 주문을 하고는 파이 2개를 들고는 하나를 세유유에게 건냈다.

"에?"
"물에 빠진 돌고래 주점의 명물 요리 옥수수 빵이에요. 맛있으니 드셔보세요."

세유유가 가만히 파이를 바라보자 라하가 먼저 앙하고는 파이를 베어먹었다. 그 모습에 세유유도 한입 베어물자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옥수수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갖 구운 빵처럼 따뜻하면서 보들보들한 식감이 씹는 즐거움을 주었고 씹을때마다 퍼지는 옥수수향은 식욕을 자극했다. 몸이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포근해지자 어느새 손에 들고 있었던 옥수수빵은 애초에 들고 있지도 않았던 듯 사라져 세유유의 입가에 묻은 빵가루만이 옥수수빵을 먹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어느새 세유유는 말없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라하를 바라보자 라하는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다시 세유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한동안 있자 루비가 라하의 귀를 깨물었다.

"앗... 앗! 으음, 죄, 죄송합니다. 세유유님."
"아, 아니에요. 라하님..."

라하와 세유유는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를 숙이고 멀뚱멀뚱 서있자 누군가 라하의 어깨를 툭 쳤다. 라하는 놀라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화려한 모자를 단검으로 꽂아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선원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무리들이 있었다.

"아가씨들 일행이 없으면 우리랑 합석하는건 어때?"
"그래, 이 천하제일의 쌍검사 놀리토 호리토가 친히 합석을 허락하지."

라하는 벌레를 보는듯한 멸시적인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루비 역시 꼬리를 빛내며 털을 곧두세웠다. 그러자 선원 무리는 움찔했으나 그 중 한명 놀리토 호리토라 칭한 남성 라라펠이 여유롭게 무리 앞에 서 라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는 은사막단 멜위브 제독의 관리하에 있는 도시다. 모험가 규칙과 은사막단에게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면 그만두는게 좋을텐데?"

어느새 왁자지껄하며 시끄러웠던 주점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져 모험가들과 선원들은 이들을 주시했다. 카르테노 평원 전투 이후 모든 인간 종족이 하나로 동맹한 이 때 같은 인간끼리의 싸움, 그것도 그랜드 컴퍼니 관할령인 대도시내에 싸움은 그 누구도 반기지 않았고 또한, 아주 보기 힘든 광경중 하나였다. 라하는 이를 갈며 조용히 말했다.

"세유유님, 죄송합니다. 안전한 곳에 있어주세요."

세유유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라하는 빠른 속도로 마도서를 펼쳤고 루비의 머리에 박힌 붉은 보석이 빛을 발했다. 그와 동시에 놀리토 호리토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쌍단검을 발도하여 라하에게 향했다.

""거기까지.""

어느새 군중속에서 두 남자가 튀어나왔다. 그 중 한명은 두껍고 큰 상처들이 있는 손으로 라하의 양 어깨를 짓누르듯 누르며 에테르 활성을 저지시켰고 다른 한명의 한쪽 단검은 튀어나가려는 루비의 코 앞에, 다른 한쪽 단검은 놀리토 호리토의 목을 단검으로 겨누고 있었다. 단검의 끝부분이 놀리토 호리토 살점을 약간 찔렀는지 한줄기 선혈이 단검을 타고 떨어졌다. 놀리토 호리토의 마른 침삼키는 소리가 들리자 그것을 신호탄으로 여성 휴런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꺄아악! 산크레드님!"
"아리따운 레이디에게 검을 향하는 것은 젠틀맨으로서 실격이다."
"꺄아아악!"

주변의 반응에 힘이 빠져버린 라하는 마도서를 접고는 한손으로 두꺼운 손을 포개며 뒤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물에 빠진 돌고래 주점 주인장이자 림사 로민사 출신 모험가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바데론이 있었다.

"태양의 추종자들은 불같은 성격으로 사건사고에 쉽게 휘말리지, 그렇다고 멍청하게 시정잡배들에게 휘둘리지마라. 시 모크리 라하."

비록 입이 험해 좋은 소리는 못 듣는 바데론이지만 모든 말이 모험가를 위한 말임을 알기에 라하는 웃으며 뒤돌아 바데론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크윽!"

곧바로 바데론이 정강이를 부여잡고 주저않자 라하는 루비를 다시 어깨에 올리고는 말했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거야? 변태 아저씨가."
"그래요, 아저씨 나이로는 그런 레이디는 무리라고요. 바데론씨."
"어이어이, 너랑 나랑 나이차이가 얼마 안날텐데..."

놀리토 호리토는 자신을 무시하고는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셋을 노려보았다.

"이 난봉꾼놈이...!"
"무슨 소리야? 나 산크레드, 사랑을 찾아다니는 시인이라고. 난봉꾼은 너곘지."

산크레드가 단검을 거두며 검손잡이로 놀리토 호리토의 턱을 후려치자 어정쩡하게 서있었던 놀리토 호리토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주위에 있던 선원 무리가 놀리토 호리토를 붙잡자선원들을 내팽개치며 뒤돌아 고개만 돌려 산크레드를 바라보았다.

"두고보자, 난봉꾼."
"두고보자고 한 악당은 잘되는 경우를 못 봤지."

문제를 일으킨 선원들도 사라지고 소동이 점차 수그러들자 산크레드는 라하의 손을 잡았다.

"저런 시정잡배들보다 제쪽이 합석하기에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레이디?"
"도와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그 제의는 거절하겠습니다. 산크레드님."

라하의 칼같은 거절에 산크레드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뒤돌아서고는 나지막히 말했다.

"까불지마라, 이상한 꼬리 달려있는 주제에"*2

그로 인해 한동안 라하와 산크레드의 술래잡기가 시작된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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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렌탈DE초코보 - http://www.youtube.com/watch?v=FqlxwAzP5zA
*2 게임내에서 실제로 한 대사


많이 늦었네요. 다음편부터 사스타샤 침식 동굴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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