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거북 알줍하면서 겪었던 일들에 약간의 상상을 더해 써봤습니다.
X월 XX일 날씨 흐림
최근 들어 여기 고요한 야영지를 찾는 모험가들이 늘고 있다. 여긴 울다하와 이어져 있어 모험가 뿐만 아니라 울다하 상인들도 찾아오지만 그래도 이상하다. 혹시 제국의 첩자가 숨어든 게 아닐까? 다른 대원들에게 물어보고 경계를 좀 더 높여야 겠다.
X월 XX일 날씨 맑다가 오후에 비
같이 일하는 동료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여긴 모험가들이 길드에서 주는 보상 때문에 즐겨 찾는 장소라고.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우리야 길드에게 일을 의뢰하긴 해도 받아본 적이야 없지만. 그렇지만 꽤 짭짤한 모양이다. 덕분에 요즘 금강 거북 알이 늘어서 우리 부대원들은 기쁨의 비명을 지르기 바쁘다. 나도 보너스로 몇 개를 받았다. 이걸 언제 다 해치우지.
X월 XX일 날씨 맑음
순찰을 돌다가 기절한 모험가를 발견했다. 다행히 여기 사는 몬스터들이 보지 못해 운좋게 목숨은 건졌다. 왜 거기에 쓰러져 있었냐고 물어보니 내륙 콘도르의 공격을 받고 말았다고 했다. 장비를 보아하니 아직 여기 오기엔 이른 것 같다고 충고하니 걱정 말라며 감사의 뜻으로 금강 거북알을 받았다. 다른 구역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 이 말을 하면 맞아 죽겠지. 좀 질린다.
X월 XX일 날씨 춥고 바람이 세게 붐
어제도 그랬고, 엊그제도 그랬듯 오늘도 여긴 모험가로 붐빈다. 금강 거북 알 회수로 의뢰를 받은 모험가 한 명이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펜스 너머로 뛰어내렸다. 말릴 틈도 없이 늪으로 뛰어내린 그 사람은 때마침 그 자리에 있던 내륙 콘도르의 공격을 받고 다시 위로 올라왔다. 위에 건의해서 펜스의 높이를 높여달라고 해야겠다. 부상 당한 모험가는 수주권도 잃고 몸도 잃은 채 "내륙 콘도르 새새끼!" 를 외치며 강제 데존을 해야했다. 불쌍했다.
X월 XX일 날씨 안개가 꼈지만 곧 개임
문제가 생겼다. 과한 금강 거북 알 회수로 위에서 질책을 받았다. 길드에게 부탁해 당분간 금강 거북알 일을 줄이라고 당부해 두었다. 아니나 다를까 동트자마자 달려온 모험가들은 더이상 해당 의뢰를 줄 수 없다고 하자 볼멘소리를 냈다. 어떤 이는 수주권도 넘치는데 왜 의뢰를 줄 수 없는지 강력히 항의했다. 길드 사람이 날 보고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저 말없이 응원의 포즈를 날릴 뿐이었다. 다행히 생태계 교란까지 갈 정도는 아니라서 몇 달 뒤 다시 거북알 회수 의뢰를 줄 수 있게 되었다.
X월 XX일 날씨 맑고 습함
여길 자주 찾아오는 모험가의 얼굴은 싫어도 기억하게 된다. 일부 넉살 좋은 모험가들은 벌써 몇몇 부대원들과 은근슬쩍 말까지 놓으며 인사까지 주고 받을 정도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오늘만 해도 내륙 콘도르에게 쫓기는 모험가를 구해주었다. 보아하니 금강 거북알 회수 일을 하다가 운없게 걸린 모양이다. 그는 감사의 뜻으로 내게 남는 거북알 하나를 주고 다른 곳으로 갔다. 거북알 말고 다른 걸 줬으면 좋겠다. 좀이 아니라 많이 질린다.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