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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단편집 - 8 - 날달의 연인(4)

번호 262
사보텐더 | 격투사 | Lv.50
15-10-20 19:57 조회 8156

이 작품은 다른 단편집과는 달리 99% 픽션입니다.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나 장소는 모두 가상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물론, 실제 퀘스트와도 스토리와도 관련이 없습니다. 고증도 하지 않았습니다.

 

-

 

“큭…!”

 

 예상보다 큰 충격에 이를 악물었다. 그리곤 막은 방패를 휘둘러 옆에서 치고 들어오는 놈을 후려쳤다. 제대로 들어갔는지, 녀석은 나가떨어졌지만, 금세 또 다른 적이 치고 들어왔다. 정말 비겁한- 치밀한 놈들이다. 한때는 투기장의 거물스타였던 자신을 이렇게까지 몰아넣다니-

 

“죽어라!”

 

 오른쪽에서 치고 들어오는 놈의 공격을 피하고, 오른손에 든 칼로 후려쳤다. 하지만 제대로 피하지 못했는지, 지릿한 아픔과 함께 어깨가 축축하게 젖는 것이 느껴졌다.

 

“흐읏!”

 

 틈을 비집고 날아온 화살을 힘겹게 피했지만, 함께 들어온 녀석의 공격은 피하지 못했다. 뭔가가 등을 가로지르는 감각과 함께 온 몸에서 힘이 빠졌다. 부서질세라 쥐고 있던 방패와 칼이 바닥을 구르고, 둔탁한 충격과 함께 밤하늘이 눈앞에 펼쳐졌다.

 

“…….”

 

 어렸을 때, 한번 이런 하늘을 본적 있었다. 희미한 기억이었지만, 유난히 별이 가득한, 반짝이는 밤하늘을 혼자서 올려다보고 있었다. 매일매일을 피와 죽음 속에서 보냈던 유년시절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억이었다.

 

“…줄…안느.”

 

 그 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고 있자니, 줄리안느가 생각이 났다. 바로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별보다도 빛나는 자신의- 자신이 지켜줘야만 하는 가련한 연인-

 

“…줄리…느.”

 

 그녀에 대한 마음을 깨달은 것은 몇 번이나 무대가 계속되고, 긴장과 불안으로 얼룩졌던 시야가 겨우 선명해졌을 때였다. 건너편 대기실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줄리안느와 눈을 마주쳤다. 시선 외에는 아무것도 주고받지 못한, 정말로 눈만 마주쳤을 뿐인 시간이었지만, 왜인지 그 시선에서는 따뜻함을 느껴졌다.

 

“줄…리안느!”

 

 멍청이도 아니고, 눈빛하나로 혼자 착각하고 들떠선- 그런 자책도 많이 했다. 그래서 그 마음을 모르는 척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극이 계속 될수록, 그 안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마음은 점점, 점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마음을 알았다-

 

“줄리안느…!”

 

 이를 악물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다리를 움직여,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아직 포기할 수 없었다. 이대로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와 약속했으니까.

 

[우리 꼭 다시 만나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줄리안느ㅡ!!!!”

 

 그녀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완전히 일어선 파파리오는 붉은 눈빛으로 적들을 노려봤다. 그리곤 잘 쥐어지지 않는 주먹을 쥐고, 전투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흔들거리는 발걸음을 옮겨, 앞으로 내딛었다.

 

“반드시…약속을…!”

“파파리오님!!!!!”

 

 그때였다. 뜻밖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것은.

 

“…어떻게…여기에!?”

 

 힘겹게 돌아본 그곳에는 진작에 도망쳤어야할 연인의 모습이 있었다. 숨이 턱에까지 차 몹시 헐떡이고 있었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지저분해진 드레스를 입었지만 분명 줄리안느였다.

 

“어, 어째서…!!”

“파파리오님!!!”

 

 아연실색하여 쓰러지는 파파리오를 달려온 줄리안느가 받아 안았다. 그 품에 소중하게 품고, 누구에게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듯 감싸 안았다.

 

“도망…가…줄리안느.”

 

 먹잇감을 발견한 눈으로 다가오는 적들을 보며, 파파리오는 줄리안느를 재촉했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필사적으로 줄리안느를 밀어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공포가 그의 마음에 가득했다.

 

“걱정마세요. 파파리오님.”

“…뭐?”

“제가 강력한 원군을 데려왔으니까요.”

 

 줄리안느의 말과 동시에, 내리치는 번개와 같이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접근하던 적들의 일부를 날려버리며 등장한 그 누군가는 재빠르게 일어나 포즈를 취했다.

 

“뜨거운 눈물을 가슴에 품고-!”

 

 빙글빙글 돌며,

 

“불타오르라! 나의 주먹이여!”

 

 스텝까지 밟아가며,

 

“질풍신뢰의 야야! 지금 등장!”

 

 마무리까지 빈틈없는 포즈를 잡으며, 야야는 눈앞에서 벙찐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적들을 사납게 노려봤다.

 

“의뢰인을 이렇게 만들다니…! 각오해!”

 

 토옷-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야야가 뛰어올라, 적들의 한가운데에 작렬했다.

 

 

 

 

 

“어째서…!”

 

 파파리오를 보는 줄리안느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눈물을 매단 채, 줄리안느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상처투성이잖아요! 잘생긴 얼굴이…피투성이가…됐잖아요….”

“…….”

“다시 만나기로 했으면서…약속했으면서…!”

 

 줄리안느는 눈물이 흐르는 것도 개의치 않고, 파파리오의 상처를 눌렀다. 피가 더 나오지 않게- 그가 떠나지 않게-

 

“…미안, 줄리안느.”

“사과하지 말아요…! 그냥 곁에 있어만 주세요!”

“약속…지키지 못할…것 같아….”

“말하지 마시라구요! 어떡해…! 피가 멈추질 않아…!”

 

 온힘을 다해 지혈하는 줄리안느. 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피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몸은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가, 곁에서 떠나가고 있었다.

 

“네게는…감사하고 있어.”

 

 파파리오가 말했다. 꺼져가는 목소리로- 마치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듯이-

 

“이 돈과 암투뿐인 세계에서…네 덕분에 처음으로 알게 됐어…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기쁨을….”

“제발! 파파리오님! 제발…!”

 

 줄리안느의 오열, 하지만 그럼에도 파파리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눈물이 섞인 목소리로, 줄리안느의 뺨을 어루만지며, 마치 달래듯이- 위로하듯이-

 

“네 이름을 부를 때마다…네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행복했어….”

 

 누군가에 의해 쓰인, 정해진 행동들과 대사들로 가득한 무대. 거짓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정해진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두 연인에게 진실된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그녀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 안의 애정까지 함께 전해지는 것 같아서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그 순간만큼은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미…안…줄리안…느…. 이제 네 이름…부를 수…가…없어…. 네 모습조차…이젠…보이지 않…아….”

“파파리오님!? 정신차리세요! 제발!”

“사랑…해…줄…리…안….”

 

 줄리안느를 어루만지던 손이 허공에 멈췄다. 그리고는 천천히, 힘 없이 늘어졌다. 서로가 서로를 확인하며 나눴던 온기는 온데간데없고, 차갑게 식은 손이 마치 모든 것이 환상이었다는 듯이,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는 듯이 끝을 알렸다.

 

“파파리오님! 안 돼요! 죽으시면 안돼요!”

 

 터져 나온 눈물. 터져 나오는 목소리.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제발…! 제발 눈을 다시 뜨세요! 일어나서 다시 한 번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

“부를 때마다 행복했었다면서요! 약속은 꼭 지키실 거라면서요!”

“…….”

“제발…! 제 이름을 다시…!”

“…….”

"파파리오님…!"

 

 울음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통곡- 줄리안느는 울었다. 품에 소중한 이를 안고, 하늘을 보며 울부짖었다. 슬픔의 강에 휩쓸려, 통곡으로 채워진 늪의 한 가운데서 줄리안느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일어나세요. 파파리오님.”

 

 한참을 울부짖던 줄리안느가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모든 것은 변해버린 후였다. 대중을 휘어잡던 그 목소리는 완전히 쉬어버렸고, 우울함과 압박감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던 그 얼굴은 눈물에 부식되어 버렸다.

 

“제발…눈을 떠 주세요….”

 

 혼이 나간 것 같은 중얼거림을 반복하는 그녀의 품에는 눈을 감은 연인이 안겨 있었다.

 

“일어나서 다시 한 번…제 이름을 불러주세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몇 번을 불러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녀의 연인은 완전히 떠나버렸다. 줄리안느는 눈물조차 말라버린 눈을 움직여, 자신의 앞에 떨어진 것을 봤다. 그것은 파파리오가 떨어뜨린, 검투사용 장검이었다.

 

“…….”

 

 줄리안느는 팔을 뻗어 칼을 잡았다.

 

“당신의 행복은 저의 행복,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떠한 곳이든 저도 따르겠어요.”

 

 파파리오를 내려놓은 줄리안느는 칼을 들고 눈을 감은 파파리오를 들여다봤다. 그의 자는 얼굴은 편안해보였다. 마치 모든 것으로부터 출려나 진정한 자유를 얻은 것 같았다.

 

“극단도, 계약도, 투기장도 없는 곳에 가신 건가요? 그럼 저도….”

 

 칼을 거꾸로 쥐고, 줄리안느는 자신의 가슴에 그 끝을 가져다댔다.

 

“지금, 당신 곁으로 가겠어요!”

 

 소리치며, 줄리안느는 있는 힘껏 팔을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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