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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단편집 - 6 - 날달의 연인(2)

번호 255
사보텐더 | 격투사 | Lv.50
15-10-16 20:50 조회 8097

 

이 작품은 다른 단편집과는 달리 99% 픽션입니다.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나 장소는 모두 가상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물론, 실제 퀘스트와도 스토리와도 관련이 없습니다. 고증도 하지 않았습니다.

 

-

 

 

“…….”

 

 붉은 빛이 감도는 풍성한 머리카락. 풍만한 가슴 아래로 늘씬하게 내려가는 바디라인. 잘 자리 잡은 이목구비에 하얀 피부- 얼굴 가득 침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럼에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미코테족의 젊은 여성 배우- 줄리안느.

 

“…누구죠!?”

 

 경대 앞에서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고 있었던 그녀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섰다. 안 그래도 신경이 곤두서 있던 참이었다. 요 근래 심해진 극단의 감시는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그것은 무거운 중압감이 되어 줄리안느를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저기…좀 도와주실래요?”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바로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올려다보자, 거기에는 천장에 난 구멍에 낀 채로 다리를 버둥거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라라펠 특유의 짧은 다리와 통통한 하체가 파닥파닥 거리는 그 광경은 무심코 계속 보고 있게 될 정도로 귀여웠지만, 줄리안느는 정체불명의 침입자를 상대로 함부로 마음을 열 정도로 순진한 아가씨가 아니었다.

 

“누구예요!? 정체를 밝혀요!”

“그게…수상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지금 그걸 믿으라고요?”

“…그렇겠죠.”

 

 그 누군가도 자신이 얼마나 설득력 없는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은 모양이다. 축 늘어져 있던 침입자는 처량한 목소리로 궁시렁 대기 시작했다.

 

“대체 왜 천장에 구멍 같은 게 있는 거야….”

“그건….”

“게다가 보기보다 작고….”

 

 있는 거야 어쨌든, 거길 들어가기로 한 건 자신의 선택일 텐데. 줄리안느는 그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저기, 파파리오 씨한테서 편지를 받아왔거든요?”

“파파리오님께!?”

“네. 그러니까 이것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알았어요. 잠시만 기다려요.”

 

 파파리오의 이름이 나오자, 눈빛이 달라진 줄리안느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방금까지 앉아 있던 의자를 들어다 놓고 거기에 발을 걸쳤다.

 

“잡아당길게요.”

“아, 부탁해요.”

 

 천정에서 대롱이는 다리를 잡고, 있는 힘껏 당기는 줄리안느. 처음에는 꼼짝도 않았지만, 곧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퐁, 하는 소리와 함께 빠졌다.

 

“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줄리안느와 침입자가 뒤엉켜 바닥을 굴렀다.

 

“아야야…괜찮아요?”

“…네. 일단은요.”

 

 신음을 내며 몸을 일으키는 줄리안느 물음. 그에 몸을 일으킨 침입자- 야야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곤, 시선을 외면하며 혀를 찼다. 첫 만남부터 대충돌- 이래서야 부대 이미지 개선책 2단계- 예의바름도 실패한 셈이다.

 

“여기, 파파리오 씨가 보낸 편지예요.”

 

 곧 일어서서 기지개를 편 야야는 품에서 편지를 한 장 꺼내 줄리안느에게 내밀었다. 줄리안느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번개 같은 속도로 편지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겉면을 찢어 열고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 갔다.

 

“……!”

 

 편지를 읽어갈수록, 줄리안느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곤 점점 편지에 얼굴을 처박더니, 종국에는 팔을 덜덜 떨기까지 했다.

 

“저기…괜찮아요?”

 

 그 기묘한 행동에 야야가 줄리안느를 쿡쿡 찔렀다. 그러자 그 순간, 줄리안느가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떡해어떡해어떡해…!”

 

 발을 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던 줄리안느는 이쪽을 보고 있던 야야를 보곤 한달음에 달려가, 그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는 번쩍 안아 올리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파파리오님이 나에게 호의가 있으시데요!”

 

 야야를 품에 안은 채로 줄리안느는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만면의 미소로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온 방안을 맴도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송이 활짝 핀 꽃과 같았다.

 

“저, 저기…이제 그만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 멀미날 것 같아요….”

 

 줄리안느가 멈춘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 뜻하지 않게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야야가 바들바들 떨며 줄리안느의 어깨를 두드렸을 때였다.

 

“아! 미안해요! 너무 기뻐서 그만…!”

 

 춤을 멈추자, 자신의 가슴에 기대어 축 늘어지는 야야를 보고 줄리안느는 당황해서 사과했다. 야야는 잠시 동안 숨을 고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가능하면 지금 답장을 써주실래요? 파파리오 씨가 한 의뢰가 답장을 받아오는 것까지라서….”

“다, 답장이요?! 지금 바로요!?”

“네. 가능하면 지금 바로….”

 

 야야의 말에 잠시 당황하더니, 줄리안느는 허둥지둥 종이와 펜을 챙겨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야야는 구석에 비치된 침대에 걸터앉고는 조용히 줄리안느가 편지를 쓰는 모습을 지켜봤다.

 

“…….”

 

 그대로 기다리고 있자니, 휙, 날아오는 종이 뭉치 하나가 야야의 이마를 두드렸다. 책상 앞의 줄리안느가 머리를 쥐어짜며, 신음소리를 내며, 끙끙 앓으며 편지를 쓰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있는데 제대로 표현을 못하는 것 같았다. 마치 그 모습은 풋풋한 소녀가 너무나 좋아하는 첫사랑을 상대로 고민하는 모습 같다고 할까- 보고 있으면 굉장히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날달의 연인이라….”

 

 문득 떠오르는 건 무대 위에서 본 두 사람의 모습이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조차 무색하게 화사한 모습의, 서로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그 모습…. 첫사랑은 짝사랑으로 시작해 짝사랑으로 끝나, 이루어지지 않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파파리오와 줄리안느는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 됐다!”

 

 한참이 지난, 이제는 심야라고 해도 괜찮은 시간이 되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난 줄리안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여전히 밝게 빛나는 얼굴로 반쯤 졸고 있는 야야를 흔들어 깨웠다.

 

“자! 여기요! 답장이에요! 어서 파파리오님께 전해주세요!”

“…밤늦게 일흐아아암…하면 추가요금이 붙는데….”

“추가요금이요?”

“사람은 잠을 자야하니까요. 아무리 모험가라도-.”

“현금은 따로 가진 게 없고…선물로 받은 케이크가 있는데 이거라도 드실래요?”

“-진정한 모험가라면 하루이틀정도는 문제없죠.”

 

 편지를 품에 넣고, 줄리안느에게서 받아든 케이크 상자를 들고 야야는 잘 열리지 않는 창을 삐걱삐걱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역시나 깨어있군.”

 

 건너편 건물에도 불이 켜져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편지를 보낸 파파리오 역시 두근거림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말로는 노련한 베테랑 배우니 뭐니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신인이나 베테랑이나 똑같다고 할까- 참으로 어울리는 두 사람이었다.

 

“으어엇…!”

 

 일하는 중에 한눈을 파는 것은 금물! 발을 헛딛어 떨어질 뻔 한 야야는 그 말을 떠올리곤, 한숨을 작게 내쉬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설마 들키진 않았겠지?”

 

 발을 헛딛을 때 냈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바람소리에 묻혀 사라졌지만, 그 바람이 닿은 곳에 사람이 있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야야는 심호흡을 했다. 자신이 드나든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의뢰인 두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가야지.”

 

 나무를 밟고, 때로는 창틀을 밟으며 내려온 야야. 그녀는 주위를 돌아다니는 순찰조를 피하며, 살금살금 발끝으로 걸어 옆 건물로 향했다.

 

“어이. 별일 없었지?”

 

 돌아와 나무를 타던 야야에게 들린 목소리- 야야는 자신도 모르게 올라가던 것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나무 옆, 열린 창가로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는 굉장히 거칠거칠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네. 대장님.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배우들은?”

“배우들도 모두 방안에 있습니다. 나무 갈퀴 대장님.”

“그래. 그래야지. 우리의 소중한 돈줄인데, 한 명이라도 도망치게 둘 수야 없지.”

 

 그것참, 이름 한 번 잘 지었네. 야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남자의 목소리는 정말이지 듣기가 거북해서, 잠시만 듣고 있어도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였다.

 

“대장님. 옆 건물에서 비명소릴 들은 것 같다고 합니다만….”

“비명소리?”

“네.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은 희미한 목소리였답니다. 정찰시킬까요?”

“…흠.”

 

 잠시 후, 틈을 두고 나무 갈퀴가 말을 이었다.

 

“아냐. 배우들에게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굳이 움직일 필요 없지. 보나마나 어떤 멍청한 여행자가 지나가다 마물에게 먹힌 걸 거다. 내버려둬.”

“알겠습니다. 대장님.”

 

 남자의 말이 들리자, 바짝 굳어 있던 야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그 비명소리라는 건 자신이 나무 위에서 낸 소리일 것이다. 나무의 높이 때문에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된 것일 테지. 운이 좋았던 셈이다.

 

“어서 가야지.”

 

 나무를 다시 오르기 시작한 야야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파파리오가 머무는 방의 창문 앞에 도착했다. 케이크가 쏟아지지 않도록 한손에 들고 창을 콩콩 두드리자-

 

“오! 드디어 왔나!?”

 

 -마치 창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기라도 한 듯, 파파리오가 나왔다. 그리고는 야야가 들어오길 기다려 창문을 닫았다.

 

“자! 어서! 어서 답장을 줘!”

“여기요.”

 

 편지를 내밀자 잽싸게 낚아채는 파파리오. 야야는 그가 허겁지겁 편지 봉투를 뜯는 것을 보며 케이크 상자를 열었다.

 

“오오?! 오오오-!?”

 

 줄리안느를 보며 참 닮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했지만, 편지를 받을 때의 반응마저 똑같을지는 몰랐다. 천생연분이라고 할까-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며, 야야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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