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다른 단편집과는 달리 99% 픽션입니다.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나 장소는 모두 가상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물론, 실제 퀘스트와도 스토리와도 관련이 없습니다. 고증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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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줄리안느! 당신을 보기 위해 벽을 넘고, 나무를 타고 오른 나의 이름은 파파리오! 사랑스러운 줄리안느여- 나와 주시오. 부디 얼굴을 보여주시오!”
울다하. 부와 암투로 점철된 그곳은 투기장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당연하게도 그러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고풍스러운 것을 좋아하고, 격하고 정신없는 곳보다는 분위기 있고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오- 파파리오! 잔혹하고 무자비한 작은 강탈자님! 이미 제 마음을 송두리째 훔쳐 가시고는 또 무엇을 원해 여기까지 오셨나요?”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것이 시장의 법칙. 그러한 사람들에게서도 돈을 받아내기 위해, 울다하의 상인들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한적한 곳에 작은 극장을 짓고, 극단을 꾸려 연극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함을 느낀다오. 줄리안느.”
극장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투자했던 상인들은 막대한 부를 벌어들였고, 그에 중심이 되는 두 명의 상인을 중심으로 상인들은 두 개의 세력으로 분화되었다.
“그만! 그만하세요! 어째서 이렇게까지…!”
미코테족의 젊은 신인 여성 배우 ‘줄리안느’를 내세운 ‘카프리카’ 상단.
“줄리안느! 내가 반드시 데리러 오겠소! 기다려주시오! 모레 12시. 약속의 화원에서…!”
라라펠족의 노련한 베테랑 배우 ‘파파리오’를 내세운 ‘몬태소리’ 상단.
“아아…! 파파리오!”
“줄리안느-!”
어느 고전 작품을 참고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연극- ‘날달의 연인’은 극장 ‘슬라그 하울’에서 투기장을 싫어하고 혈투에 질린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매주 성공적으로 상영되고 있다.
“하으…! 정말 감동적이야…!”
그리고 그 극장의 관람석 한가운데, 연보랏빛 눈동자 한가득 투명한 눈물을 머금은 채로 연극을 보고 있는 라라펠족의 소녀가 한 명- 야야가 있었다.
“시간 때울 겸해서 본건데…이렇게 감동스러울 줄이야….”
훌쩍이며 코를 푸는 야야. 그녀가 여기에 있는 것은 바로 편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몇 시간 전, 심부름꾼에 의해 전달된 한 통의 편지- 발신인도 적혀 있지 않은 그 편지에는 ‘날달의 연인’의 입장권과 모험가를 보내달라는 메모가 들어있었다.
“원하는 건 잠입에 능한 모험가 한 명이라…. 야야? 네가 해볼래?”
편지를 받은 부대장은 그렇게 말하며 야야를 불렀다. 정말이지 현명한 인선(人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라라펠족의 몸으로 몽크가 된 야야는 라라펠 특유의 작은 몸집과 몽크의 날쌘 몸놀림으로 어디에든 잠입할 수 있다. 거기에 격투가이기에 가지는, 다른 모험가들만큼 거창한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도 잠입에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으리라.
“에-? 싫어요~.”
하지만 그다지 내키지 않는지, 미이의 보들보들한 꼬리를 볼에 비비며 데굴데굴 구르고 있던 야야는 말꼬리를 질질 끌며 거절했다.
“…….”
빠직
“야야?”
“네?”
다가온 부대장은 웃고 있었다. 온화하게 웃고 있었다. 이마에 돋은 저 힘줄마크만 없었다면-
“아야?!”
콩, 하고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동시에 부대장의 딱밤을 맞은 야야가 이마를 문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아파요!”
“아프라고 한 거니까 당연하지!”
부대장은 어느 틈에 들고 왔는지, 장부를 펼쳐 보이며 야야를 야단쳤다.
“너 요즘 퀘스트 실적이 꽝이야. 꽝. 알아?”
“그건…그렇지만….”
“알고 있으면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냐! 근데 아무것도 안하면서 들어온 일까지 거절해!?”
부대장은 야야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곤, 문을 향해 강하게 떠밀었다.
“자, 얼른 가! 가서 잘 좀 해보란 말이야. 부대 이미지도 좀 좋아지게!”
“부대이미지를 뭘 어떻게 좋게 하라고요!?”
“개그를 하든가- 예의바른 태도를 어필한다든가 그런 거 있잖아! A/S라도 하든지!”
“A/S? 무슨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시끄러!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이없다는 듯이 되묻는 야야. 부대장은 야야를 문밖으로 뻥! 차버렸다.
“자, 잠깐만요! 아직 지정된 시간까지 한참 남았는데…!”
“그럼 그 표로 연극이라도 보든지!”
그렇게 반강제로 퀘스트를 떠맡은 야야는 이곳으로 와서 연극을 봤다. 써도 된다는 말이 없었는데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기껏 표 한 장에 무슨 문제가 있으리란 생각도 들어 관람했다.
“음….”
연극이 끝나고, 야야는 의뢰인을 찾기 위해 편지를 꺼냈다. 의뢰내용도 안 적혔으면서 약도는 왜 적혀 있는 건지- 그것도 쓸데없이 정교한 약도가 말이다. 그 본말전도 같은 편지를 들고, 야야는 지금이라도 돌아갈까를 잠깐 고민했다.
“여기 어디쯤인데….”
도착한 곳은 극장의 뒤편, 배우들의 숙사가 있는 곳이었다. 높게 둘러진 돌벽과 모래 언덕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자니, 어디선가 뭔가가 날아와 야야의 발치에 떨어졌다.
“…돌멩이?”
그것을 주웠지만, 그저 평범한 돌멩이였다.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자, 또 다른 돌멩이가 굴러왔다.
“…저긴가?”
돌이 날아온 곳을 찾아 시선을 옮기자, 거기에는 야야를 향해 3번째로 돌을 던지려고 하는 라라펠족 남성의 모습이 있었다. 숙소 꼭대기,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그는 뭘 말하고 싶은지, 손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이런저런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올라오라는 건가…?”
야야는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돌벽 옆에 있는 나무를 타고 올랐다. 꽤 높은 곳이었지만, 울퉁불퉁 구부러진 나뭇가지가 충분한 발판이 되어주고 있었다. 계단으로 갔으면 좋았겠지만, 상대는 의뢰도 이렇게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하는 사람이다. 평범하게 생각한다면 건물 입구로 당당하게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다.
“후우….”
한참을 올라온 야야는 숨을 고르며 창문을 쳐다봤다. 거기에는 자신을 부른 의뢰인- 라라펠족의 남성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얼굴을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야야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탄성을 질렀다.
“파파리오?”
“오? 그 극을 봤나? 그야 입장권도 넣었으니 당연하겠지만…. 아- 이거 부끄럽구만.”
그는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했다. 그 모습을 보던 야야는 문득 부대장이 말한 부대 이미지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게 분명- 1단계 개그. 2단계, 예의바른 행동, 그리고 3단계는 A/S…
“자, 자. 거기서 대화를 할 순 없지. 일단 들어와 들어와.”
“어머, 남자 혼자 있는 방에 젊은 여자를 들이시다니- 이 호색한!”
야야가 눈을 새침하게 뜨며 대답했다. 그리고 정적.
“…난 모험가를 부탁했지. 만담가를 부탁한 적은 없는데.”
“…칫, 실패인가.”
1단계 : 개그, 실패. 정색하는 파파리오의 반응에 야야는 혀를 찼다. 너무나도 뜬금없는 타이밍이었던 데다가 창문 앞까지 다 올라와서 그러는데 통할 리가 있나 싶지만, 그것을 모르는 건지 눈치 채지 못한 건지, 야야는 그저 궁시렁 대며 창문을 통해 방안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모험가를 찾는데요?”
깔아준 방석에 엉덩이를 붙이곤, 야야는 파파리오에게 물었다. 그러자 파파리오는 어째선지 얼굴을 붉히며 한참을 우물쭈물 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이걸…전달해줬으면 한다.”
“편지?”
부대로 왔던 것과 같은 새하얀 봉투. 야야는 편지를 받아들고 되물었다.
“대체 어디에 있는 누구에게 보내기에 모험가까지 고용하는 거예요?”
“그건….”
“그건?”
“바로 옆에 있는…‘카프리카’ 상단의 배우 숙사 최상층에 사는 줄리안느에게다.”
“…일 받으러 와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그냥 심부름꾼 쓰는 쪽이 훨씬 싸게 먹힐 거예요.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모험가를 쓰다니 그건 아무래도….”
“보통 경우라면 그렇지.”
야야의 말에 손을 들어 말을 멈춘 파파리오는 창가로 걸어가 손짓했다. 그리고는 건물 아래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횃불을 든 채, 건물 주변을 서성이는 남자들이 있었다. 두 명이나 세 명씩 조를 짜서 규칙적으로 맴돌고 있는 것이, 마치 건물을 경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경비원?”
“평범한 경비원이 아니야. 저들은 극단이 고용한 사설 경호대- 하나 같이 덩치 큰 남자들로 이루어진 징글징글한 집단이지.”
“…저 사람들이 왜요?”
“이미 말했듯 저들은 평범한 경비원이 아니야. 바로 극단의 배우들을 감시하는 감시원이기도 하지. 편지든 뭐든, 저 숙사에 드나드는 모든 건 저 녀석들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거든.”
“그게 뭐예요? 그건 경비가 아니라 마치….”
“맞아. 줄리안느는 극단과의 계약으로 꼼짝도 못해. 거의 노예 같은 상태지. 뭐, 이쪽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그래도 노련하게 대처해서 편지정도는 보낼 수 있거든. 그래서 자네들 부대에 의뢰를 할 수도 있었던 거고.”
외출금지에 오직 편지를 쓰거나 사람을 보내는 것- 그 정도의 자유만이 존재하는 지금의 상황을 과연 노련하게 대처한 결과라고 볼 수 있을까? 확실히 줄리안느보다야 나아보이지만, 야야의 입장에서는 둘 다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내 의뢰는 저쪽 숙사에 잠입해서 줄리안느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는 거야! 그리고 가능하면 답장도 가지고 와줬으면 좋겠어!”
그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야야는 옆 건물의 경비를 훑어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닌 이런 성가신 퀘스트는 딱 질색이었지만, 퀘스트 목적지도 가깝다면 가깝고- 무엇보다 실적이 없다고 잔소리하는 부대장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알았어요. 그럼 다녀올게요.”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줘. 들키면 나만 곤란한 게 아니니까.”
“알았어요.”
걱정스러운 파파리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야야는 다시 창문으로 나가,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