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각색, 과장을 거쳐 소설식으로 만들어진 반픽션입니다.
이런 일은 불가능해- 라든가, 실제로 이렇지는 않았어- 라든가,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소설이니 봐주세요. ㅎㅅㅎ.
-
달렸다. 있는 힘껏, 온 힘을 다해 달렸다. 어찌나 달렸는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에 힘이 빠져 휘청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달렸다. 벽에 부딪치고, 바닥을 구르면서도 달렸다.
“…아, 안 돼…! 안 돼!”
이윽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울부짖었다.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이 때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겨우 이런 결말을 위해 그토록 달렸는가! 겨우 이런 결말을 위해서 자신은-
“어떻게 이런….”
눈앞에 뿌옇게 변했다. 말라버린 눈에 이슬이 맺혔다. 이젠 끝이다. 모든 게 끝- 희망은 스러지고, 피폐해진 가슴만이 남았다. 이건 그야말로…
“대 참사…!”
몸을 지탱할 힘마저 잃어버린 무릎이 바닥에 추락했다. 숨을 몰아쉬며, 울먹이며, 달려온 그녀- 야야는 그대로 주저앉아 절규했다.
“…나 참.”
바닥을 치며 절망하는 야야의 등 뒤로 혀를 차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붉은 머리와 대조적으로 에메랄드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라라펠족의 여성이었다. 등에 지팡이를 멘 그녀는 야야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모모 언니?”
“갑자기 뛰쳐나가기에 대체 무슨 일인가 했더니….”
지팡이를 든 라라펠족의 여성- 모모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야야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앞에 놓인 간판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의 한정 판매 케이크는 매진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큼직한 나무판에 동글동글한 글자로 적힌 간판이었다.
“겨우 케이크잖아요? 대낮에 길에서 그렇게 절규할 정도로 큰일이에요?”
“그치만…며칠이나 기다렸는데…!”
“다 팔렸으면 다른 곳에서 사 먹으면 될 텐데….”
“설령 같은 모양의 케이크라고 해도! 두근두근 기다려서 아득바득 고생 끝에 얻은 이 가게의 케이크와 그것이 같을 리가 없잖아요!”
“…네?”
“그리고 이 가게의 파티시에는 마법의 손가락을 가진 아-티스트! 그저 그런 가게의 파티시에와는 제과에 대한 자세도 센스도 다르다고요! 그 손에서 만들어진 걸작을 보세요!”
“…다른 가게랑 다른 건 그저 케이크 위에 초콜렛 토핑이 되어 있는 것뿐이잖아요.”
“그게! 중요한 거예요!”
“아, 그래요….”
다시 한 번 좌절하는 야야.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쉰 모모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허리춤에 찬 가죽 주머니를 하나 풀었다.
“야야.”
주머니 안에서 동그란 뭔가를 꺼낸 모모. 그에 야야가 고개를 들자, 모모는 그 뭔가를 야야에게 내밀었다.
“당분의 기운!”
눈을 빛낸 야야가 덥석 물었다. 그리고는 행복해 주겠다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제 좀 괜찮아요?”
“우웅~.”
“그럼 이제 출발해요. 두 사람은 이미 출발했을 거예요. 얼른 가서 합류해야죠.”
“응응!”
입 안에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사탕. 야야는 빵빵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
“이제 왔군.”
토토라크 감옥. 밀렵꾼이나 산림 방화범 등의 중죄인을 수감하기 위해 이용되었던 감옥으로, 당시 환술황에 의해 폐쇄 된 이후로 관리하는 사람조차 없어 마물들이 활개 치는 폐허가 된 그곳에 두 사람의 모험가가 서 있었다.
“늦어서 미안해요. 영. 이 아이가 자꾸만 한눈을 팔아서….”
야야를 끌고 온 모모는 그렇게 말하며 사과했다.
“왔으니 됐어. 그보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서로 소개부터 해두지.”
적갈색의 풍성한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넘겨 이마를 드러낸 시원한 인상의 라라펠족 여성- 영은 야야를 보며 옆에 서 있던 휴런족 여성을 가리켰다.
“먼저 소개해두지. 야야. 이쪽은 봄. 부대 안에서도 몇 없는 휴런족 모험가다.”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봄, 이쪽은 야야. 얼마 전에 입대한 신입 대원이지만 그럭저럭 실력은 있는 편이야.”
당당한 말투. 부대 내에서의 선배이며, 우수한 전사이기도 한 영은 거침없이, 혹은 조금 서둘러 대화를 진행시켜나갔다. 단정한 검은 머리를 목 부근에서 정리한 봄은 영의 소개에 따라 야야와 악수를 나눴다.
“자, 이제 서로가 누군지 잘 알았지? 물품 체크는 미리 내가 해뒀으니까. 얼른 출발하자.”
감옥 입구에 세워뒀던 횃불을 집어 들어 불을 붙이며, 영은 파티원들에게 손짓했다.
“내가 앞장선다. 모두 일렬로 따라오도록.”
횃불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 영. 그리고 파티원 모두가 그 뒤를 졸졸 따라 내려갔다.
“…….”
길은 어두웠다. 영이 횃불을 높이 들고 있기는 하지만, 애초에 횃불 하나로 확보할 수 있는 시야는 그리 넓은 것이 아니다. 야야는 왠지 모르게 움츠러드는 자신을 발견하곤 고개를 숙였다.
“야야, 고개를 들어라. 주위를 경계해. 던전 안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야야가 쳐지는 걸 발견했는지, 영은 돌아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했다.
“던전 안에 있을 때는 넋 놓고 있어선 안 돼. 고개를 들고 경계를 해. 주위를 살펴.”
“네, 네!”
“뭐, 여긴 그렇게 어려운 던전은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바짝 얼어붙을 필요는 없지만…그래도 맞으면 죽는 건 어디나 똑같으니까.”
영은 등에 짊어지고 있던 도끼를 고쳐 메고는, 야야를 돌아보며 씩 웃어보였다.
“걱정 마. 여차할 때는 지켜줄 테니까.”
라라펠이면서도 더없이 듬직한 그 모습을 잠시 보고 있던 야야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이 좀 풀렸나보네. 표정이 좋아졌어.”
두 사람의 그 모습을 보며, 뒤에서 모모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이상한 점막 같은 게…전에는 이런 게 없었는데.”
아까부터 종종 밟히고 있는- 돌멩이 사이에 섞여 밟히는 질척거리는 액체. 모모는 그것이 신경 쓰여, 아까부터 눈 여겨 보고 있는 중이었다. 점액은 앞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많아져, 종래에는 거의 복도의 절반을 덮을 정도가 되었다.
“으엑….”
야야가 싫은 소리를 내며 복도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 끈적거리는 점액의 감촉이 질색인 모양이다.
“다 왔다.”
그렇게 나아가니, 꽤 넓은 공동(空洞)이 나왔다. 공동의 중앙에는 기묘한 장치가 되어 있었고, 그 주위는 신비한 푸른빛에 휩싸여 있었다. 저것이 이번 탐험의 목표인 모양이다.
“모모, 퀘스트 목표를 조사해 줘. 야야, 봄, 주위 경계!”
영의 말에 장치의 주위를 둘러싸는 파티원들. 그 가운데 모모가 지팡이를 내려놓고 장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
저 멀리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영은 어렴풋이 들린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길게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
“…덩굴?”
소리가 난 곳은 낡은 벽에 무성하게 자라난 식물들이 있는 곳이었다. 식물들 사이에 뭔가 다른 마물이 숨어있기라도 한 것일까? 의문이 커져가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식물의 모습을 한 마물도 여럿 있지….”
영이 도끼를 꺼내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소리가 날리는 없었다. 식물 외에 아무것도 없다면, 식물 모습을 한 마물이 있거나, 식물 자체가 마물로 변했거나. 둘 중 하나다.
“…….”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걸음을 옮기는 영. 그녀는 도끼를 고쳐 쥐고, 식물을 있는 힘껏 걷어찼다.
“…역시!”
갑작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 식물들. 그에 영은 재빠르게 물러서서 소리쳤다.
“적이다! 전원 전투 준비!”
영의 호령에 그녀의 뒤로 파티원들이 모여들었다. 등에 짊어지고 있던 창을 들고 자세를 취하는 봄과 지팡이를 짚고 녹색빛에 휩싸인 모모, 그리고 두터운 건틀렛을 낀 채로 적을 훑어보는 야야- 영을 선두로 앞을 주시하는 그들 앞에, 꿈틀거리는 촉수를 여기저기 휘두르며 거대한 식물처럼 보이는 괴물이 몸을 일으켰다.
“식물처럼 보이는 모습에 꿈틀대는 촉수…커얼인가!?”
“커얼치고는…좀 크지 않아요?”
“이런 던전을 차지하고 힘을 키울 정도의 녀석이다. 당연히 보통 커얼은 아니겠지.”
“하나, 둘, 셋…꼬리가 모두 아홉 개…아홉꼬리 커얼이네?”
“꼬리의 숫자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녀석이 온다!”
모모의 말에 거칠게 대답한 영이 기합을 넣고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 날아온 촉수를 있는 힘껏 도끼로 후려쳤다.
“큿!”
생각보다 강한 충격에 영이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뒤이어 날아오는 촉수를 연달아 쳐냈다.
“모모! 회복!”
“말하지 않아도 하고 있어요!”
“야야! 봄! 측면에서 공격해!”
몸을 일으키는 영의 뒤에서 두 사람이 뛰어나가고, 녹색 빛에 감싸여 몸을 회복한 영이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날아온 촉수를 쳐내고, 피하며, 바닥을 굴러 힘껏 뛰어올랐다.
“두개골을 쪼개주마-!”
폭발하듯 터져나가는 영의 일격- 커얼의 촉수가 그녀를 방해하기 위해 날아왔지만, 그녀의 도끼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칫!”
하지만 그 노력이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영의 공격은 촉수 몇 개를 잘라내는 선에서 그 힘을 완전히 잃었다. 영은 혀를 차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촉수를 노려봤다.
“필사알-! 철산고-!”
낭랑한 기합과 함께 커얼의 몸이 기우뚱 기울었다. 커얼의 발밑까지 달려간 야야가 온 힘을 다해 다리를 들이박았기 때문이다.
“잘했다! 야야!”
커얼이 넘어짐과 동시에 촉수들의 겨냥이 빗나가고, 다시 한 번 반격의 기회를 찾은 영이 커얼의 몸을 밟고 뛰어올랐다.
“이번에야말로-!”
무시무시한 기세로 내리꽂히는 영의 도끼. 그녀를 방해하고자 다시금 촉수가 달려들었지만, 마치 무엇에 막히기라도 한 듯, 허공에 우뚝 섰다.
“그렇게는 못하지요.”
봄이었다. 그녀는 촉수의 뿌리를 한껏 짓밟으며, 창을 내리꽂아 촉수를 찍어냈다.
“최후의- 일격!”
영의 고함소리와 함께 도끼가 내리꽂히고, 거대한 충격파가 공동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찾아온 정적. 잠시 후, 커얼의 거대한 몸이 바닥에 무너졌다.
“후우.”
그리고 그 위, 반으로 쪼개진 커얼의 머리를 밟고 영이 숨을 고르며 서 있었다.
“전투 종료! 이 싸움은 우리들의 승리다!”
영의 승리 선언. 그리고 그에 파티원들이 환호했다.
“모두 휴식을 취해! 모모 너도 그건 내버려두고 마나부터 회복해.”
“알았어요- 잠시만. 조금만 더 하면 끝나니까….”
“마나부터 회복하고 하지. 전투가 또 벌어지면 어떡할 거야?”
“이 구역을 지배하고 보스가 쓰러졌는데, 누가 덤비겠어요?”
“그야 모르지. 2인자가 나오든가, 아니면 그 자리를 노리고 있던 라이벌이 나오든가.”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나올 리가 없잖아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모모. 어쨌거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두지 않으면….”
영의 말을 들으면서도 개의치 않고 작업을 진행시켜 나가는 모모. 그러던 중, 뭔가를 발견했는지, 재빠르게 손을 뻗었다.
“아코!”
통, 모모가 손날로 야야의 이마를 가볍게 내려쳤다. 몰래 모모에게 접근하던 야야는 그에 이마를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
“으….”
“사탕을 먹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을 해요. 몰래 먹으려고 하지 말고.”
“그게…그러니까…헤헤.”
멋쩍게 웃는 야야. 모모는 한숨을 내쉬곤, 주머니에서 다시 사탕을 꺼내 야야의 손에 놓아주었다.
“자, 이걸로 마지막. 더 먹고 싶거든. 마을로 돌아가서 직접 사먹을 것.”
“네에~.”
볼이 빵빵해진 야야가 행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금 자신의 위치로 되돌아갔다.
“야야 저 녀석. 다 괜찮은데 식탐이 장난 아니란 말이야….”
“식탐이라기보단 단 것에 대한 열망 같기도 한데요. 뭐, 괜찮지 않을까요? 모험가는 몸이 재산이고, 잘 먹으면 좋죠.”
“음…그건 그렇고 장치에 대해서는? 조사 끝났나?”
“응. 그런데 이거 여기가 끝이 아닌가 봐요. 아래쪽으로 이어져 있는데요?”
“아래쪽이라고?”
모모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장치 주위를 맴돌것과 같은 푸른빛이 감도는 선이 아래쪽 통로로 쭉 이어져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밑을 내려가는 건 추천하지 않지만…, 여기서는 퀘스트를 완수할 수 없어요.”
“그럼 고민할 것 없지. 내려가자.”
모모가 한 고민이 무색하게 그 자리에서 판단을 내리는 영. 그에 모모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열었지만, 곧 아무런 말도 없이 입을 닫았다. 퀘스트 완수는 최우선 목표. 별다른 수가 없는 이상, 위험을 무릅쓰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것에 불만을 말해본들, 그것은 대답할 가치조차 없는 불만이라고 할 수 있다.
“조심하죠. 영. 아까부터 바닥에 깔린 이게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거든요.”
“걱정 마. 이런 점액을 내뿜는 종류의 몬스터는 몇 종류 있지만, 그것들은 자기쪽에서 먼저 덤벼오지 않으니까.”
“무슨 말이에요? 영.”
“응?”
“우리는 지금 명백하게 침입자라고요.”
모모의 일침. 그에 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한 번 내린 결정을 바뀌지 않고, 영은 파티를 이끌고 아래쪽으로 향했다.
“길이 점점 좁아지는 것 같은데….”
“다들 발밑을 조심해라! 잘못 미끄러지면 저기 아래쪽까지 워터슬라이드를 타게 될 테니까.”
“그건 그것대로 재밌을 것 같은데요?”
“도착점이 몬스터 무리의 한 가운데가 아니라면 말이지.”
“그건…앗!”
말하는 순간, 점액으로 뒤덮여 보이지 않았던 돌멩이를 밟고 미끄러지는 야야. 그에 그녀의 뒤를 걷고 있던 봄이 다급히 팔을 뻗었다.
“꺅!”
가냘픈 비명소리와 함께, 점액질의 내리막길을 미끄러져 내려간 봄과 야야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제일 아래층에 도착했다. 점점 가팔라지고 좁아지는 길을 한참이나 내려간 끝에 도착한 그곳은 방금까지 있었던 것 공동보다도 몇 배는 커 보이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아야야…괜찮아요?”
봄이 찡그린 채,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야야에게 물었다. 야야는 그것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쩐지 멍한 것이, 생각지도 못한 것을 본 것 같은 낌새였다.
“…저기.”
야야가 공동 한 구석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으로 시선을 향한 봄의 표정도 굳어졌다.
“다들 괜찮나?”
봄과 야야의 뒤를 따르듯, 미끄러져 내려온 영이 두 사람의 안전을 확인했다. 그러자 야야는 아무런 말도 없이 한쪽을 가리켰다.
“저건…!”
거기에는 크고 작은 고치들에 둘러싸인 채, 기묘하게 빛나는 눈을 번뜩이고 있는 거대한 생물이 있었다. 거미처럼 수북한 털이 난 다리, 하늘 높이 치솟아 언제든 내리찍을 수 있는 날카로운 꼬리- 거미전갈이라고 불리는 마물이었다.
“크기로 봐서는 평범한 녀석은 아니겠군.”
“저기 봐요. 영.”
뒤이어 내려온 모모가 거미전갈의 뒤쪽을 가리켰다. 푸른빛이 감돌고 있는 기계 장치- 퀘스트 목표였다.
“저걸 조사하려면 이 녀석을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되겠군.”
“네?!”
“뭔가 문제라도 있나?”
“그치만….”
야야가 놀란 얼굴로. 거미전갈을 가리키며 안절부절못하며 반문했다.
“저거- 보통 녀석은 아닐 텐데….”
“방금 그렇게 말했잖나.”
“저 이빨 좀 보세요! 물리기라도 하면…!”
“물리지 않으면 되지.”
“그리고, 저거 보세요. 저거. 꼬리가 바위를 부수는데- 괜찮은 건가요? 저거?”
“우리는 바위보다 강하다. 문제없어.”
“아니, 그게 아니라…저 고치들은요!? 우리 원거리 무기 가진 사람 없잖아요!”
“그거라면 좋은 방법이 있지.”
“네?”
영은 야야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어리둥절해하는 야야를 이끌고 바위 위로 올라갔다.
“…….”
“…왜 절 그렇게 보세요?”
“야야.”
야야의 어깨를 잡는 영. 그리곤 부드럽게 두드리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
야야는 갑자기 드는 오한에 몸을 움츠렸다. 영의- 라라펠족 여성이 짓는 미소는 그 귀엽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만, 지금 야야에게는 불길한 예감밖에 들지 않았다. 아니, 예감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영의 행동을 고려해봤을 때, 나올 결론은 단 하나. 그것은 예감이라기보다는 확정된 미래-
“설마….”
야야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서 영의 미소는 짙어질 뿐이었다.
“안 돼요. 안 돼…!”
“넌 튼튼하니까 괜찮을 거다.”
“아니, 그런 문제가…!”
도끼를 드는 영. 세차게 고개를 흔들던 야야는 뒤돌아 뛰어내리려고 했지만-
“너로 정했다! 가라! 야야!”
“너무해에에에에-!!”
휘두른 도끼의 옆면이 야야의 엉덩이를 직격. 야야가 하늘 높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작렬하는 작은 유성이 되어 고치들 한 중간으로 내리꽂혔다.
“음. 홈런이군.”
야야가 눈물 가득한 얼굴로 몸을 일으키는 걸 보며, 영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야야! 거기서 고치를 부숴버려!”
“저도 같이 터지잖아요!”
“괜찮아! 기껏해야 점액투성이가 되어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될 뿐이니까!”
“그것도 싫어요!”
툴툴대면서도 고치를 깨부수기 시작하는 야야. 그것을 확인하곤, 영은 나머지 파티원들을 돌아보았다.
“자, 이걸로 점액질에 발이 묶인 채로 싸워야 할 걱정은 없어졌다. 얼른 쓰러뜨리러 가자고.”
“괜찮을까요? 야야….”
봄이 뒤늦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지만, 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뭐, 나중에 케이크라도 사주면 풀리겠지.”
그렇게 말한 영은, 도끼를 고쳐 쥐고 거미전갈에게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