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각색, 과장을 거쳐 소설식으로 만들어진 반픽션입니다.
이런 일은 불가능해- 라든가, 실제로 이렇지는 않았어- 라든가,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소설이니 봐주세요.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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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습니다-.”
끼익, 문 여는 소리와 함께 앳되고 풋풋한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특유의 어린 아이 같은 목소리로 나오는 유창한 말투. 목소리의 주인이 라라펠족- 그 중에서도 어린 여성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이번에 부대에 입대하게 된 야야라고 합니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자기소개가 계속됐다. 모두 하던 동작을 멈추고 신입을 보고 있었다. 그건 분명 신입에 대한 선배들의 호기심 섞인 시선이었지만, 그것마저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신입대원- 야야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제가 추천했어요.”
야야의 옆에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에 쓴 커다란 검은 모자와 그 밑에서 반짝이는 귀여운 미소가 인상적인 라라펠족의 여성이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부대장’ 완장을 찬 그녀는 야야의 등을 떠밀었다.
“자, 좀 더 밝은 곳에 서서 제대로 자기소개!”
“아, 아- 네!”
떠밀려 등불 밑으로 나온 야야는 라라펠 중에서도 특히나 체구가 작은 라라펠이었다. 연보랏빛 머리에 군데군데 진한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는 특징적인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해 묶은, 한눈에도 알 수 있는 초보 모험가였다. 머리에 색을 맞춘 것 같은 연보랏빛 눈동자가 떼굴떼굴 구르고 있는 것이 꽤나 당황한 것처럼 보인다.
“저, 저는….”
[쨕]
더듬더듬 다시 한 번 소개를 하기 위해 입을 떼는 그 순간, 손뼉을 치는 것 같은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선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거기에는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미코테족 여성과 그녀의 옆구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은발의 라라펠족 남성이 있었다.
“……?”
야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신을 잃은 라라펠의 얼굴에는 눈 대신 커다란 X표가 자리 잡고 있었고, 볼은 발갛게 물들어 있어, 방금 들린 박수소리가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추측이 갔다.
“또 하고 있는 거야?”
누군가가 중얼거린 말로 그 두 사람이 자주 그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슨 벌칙게임 같은 걸까? 그렇다곤 해도, 기절하기까지 하다니, 어지간히도 진지하게 하는 모양이다.
“어라, 안녕하세요?”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의식했는지, 만족한 얼굴로 서 있던 미코테족 여성이 야야에게 말을 걸었다. 그 갑작스러운 인사에 당황하면서도 야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미코테족 여성은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는 신이라고 해요. 이쪽은 란.”
옆구리에 매달린 채, 흔드는 대로 흔들리는 라라펠. 그 모습에 야야는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저기, 괜찮으신가요?”
“이 사람요? 그럼요. 물론이죠. 확인해 보시겠어요?”
“…네?”
“괜찮아요. 확실하게 했으니까. 사양 말고 쿡쿡 찔러보세요.”
확실하게 뭘…? 확실하게 끝장냈다고? 라는 말이 올라왔지만, 야야는 그 말을 삼켰다. 미코테족 여성- 신의 태연자약한 행동을 보면 분명 별 일 아닐 것이다. 혹시 이 부대에서는 평범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 어서, 사양 않고.”
신은 란을 내밀며 재촉했다. 야야는 왠지 꺼림칙했지만, 그래도 손을 뻗었다.
“왁!!”
깜짝 놀란 야야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야야의 손이 쿡쿡 찌르는 순간, 란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하하하하! 깜짝 놀랐죠?”
딱딱하게 굳은 야야를 보며 신과 란이 웃음을 터뜨렸다. 신입을 놀리기 위해 서로 뺨을 때리거나 기절한 척까지 하다니, 어지간히도 짓궂은 선배들이다.
“그건 아니에요. 뺨을 때린 건 늘 있는 일이지요. 이 사람은 뺨을 맞으면 왠지 기뻐하거든요.”
“아니, 기뻐하진 않는데요….”
“그러다보니, 일상이 되었다고 할까? 야야도 때려볼래요?”
“어이.”
티격태격하는 신과 란. 야야는 어떻게 반응하면 될까를 고민한 채,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진심일까? 두 사람은 진심으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까?
야야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 진행 됐다.
“-그래서 모두가 란의 뺨을 때리게 되었습니다.”
“뭐가 ‘-그래서’예요? 전혀 아니에요!”
“그렇지만, 뺨 맞을 때마다 1길씩 받아서 내 집 장만한다든가, 내 뺨은 모두의 뺨이라든가 말했었잖아요.”
“아니, 그건, 이야기의 흐름상 한 말이라고 할까….”
“그런 이유로. 야야도 한 번 어때요? 처음 한 번은 무료래요.”
어째서 결론이 그렇게 나는 거지? 야야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사양할 것 없어요. 한 대라면 무료라니까요? 한 번 있는 힘껏 해봐요.”
신의 거듭된 권유에, 야야는 망설이면서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내키지는 않지만, 선배의 권유를 너무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도 신입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걸까?
“그럼요. 이미 제가 여러 번 해서 란도 단련되어 있으니까요. 신입 대원의 뺨때리기 정도는 문제없어요. 그렇죠?”
“맞는 건 난데 왜 신이 괜찮다고 하는 거예요?”
신의 물음에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표하는 란. 그러곤 한숨을 내쉬면서 야야의 앞에 섰다.
“어쩔 수 없지. 그럼 딱 한 대예요? 확실히 기분은 나쁘지 않- 이 아니라, 아무튼! 딱 한 대만 허락할게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야야. 그에 란이 어느새 불편한 표정을 지우고 웃으며 말했다.
“걱정할 거 없어요. 이래보여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모험가니까요. 무기도 들지 않은 신입의 일격정도는-.”
쿵, 그 순간 울려 퍼진 굉음에 란이 말을 멈췄다.
“하아아앗-!”
강하게 내딛은 야야의 온몸에서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홍련의 기세- 그리고 다음 순간, 야야의 눈이 빛났다.
“그럼 가겠습니다!”
“자, 잠깐…!”
“필살! 나찰 충격권!”
놀란 란이 뒷걸음질 쳤지만, 그때는 이미 모든 것이 늦어있었다. 눈을 깜박이는 찰나의 순간, 붉게 물든 야야의 손은 이미 란의 뺨에 닿아있었다.
“아, 맞다. 그 애, 몽크니까 혹시라도…오- 란이 날고 있네.”
깜빡했다는 듯,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부대장의 태평한 목소리.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란이 바닥에 곤두박질 쳤다.
“몽크…그런 건…미리 말해야지….”
한 마디 유언을 남기고 축 늘어지는 란.
“……??”
어리둥절하니, 서 있는 야야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그에 야야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있는 힘껏 해보라고 하셔서….”
볼을 붉히며 어색하게 웃는 야야. 그녀의 떨떠름한 웃음만이, 정적 속에 울려 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