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1일부터 6월 14일까지 진행된 파이널판타지14 CBT.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여기에 한번 기록해 본다.
*CBT D-1*
2015년 6월 10일 수요일.
파이널판타지14의 CBT를 하루 앞둔 날...
앞으로 4일간 진행될 CBT를 위하여, 나는 전장에 출전하는 장수의 마음으로 확실하게 준비를 하고 회사로 출근했다.
<CBT에 철저한 숙박 준비는 기본 입니다>
팀의 분위기는 걱정 반, 기대 반의 미묘한 공기가 흐른다.
걱정은 많은 모험가분들이 기다리던 CBT를 무사히 잘 끝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
기대는 많은 모험가분들의 CBT를 경험한 후에 대한 평가가 기대되고 있었다.
그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접속 테스트를 진행해 왔지만,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CBT에 개방될 에오르제아로 다시 찾아갔다.
아직은 조용한, 극소수만이 접속이 가능한 이 조용한 세계도, 내일이 되면 많은 모험가분들이 드나들며 북적이겠지.
그전에 조금쯤은, 이 특이하고 미묘한 고독을 만끽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한민국과 에오르제아, 양쪽 세계에서 고독한 남자, GM 보이스라 합니다>
*CBT D-DAY*
2015년 6월 11일 목요일
마침내 때가 되었다.
그동안 굳게 잠겨있던 에오르제아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여는 그 순간이.
GM들은 매일같이 아침 회의를 진행하지만, 오늘 아침 회의는 사뭇 긴장되는 무언가가 존재했다.
다시 한 번 더, 일정 과 그밖에 주의사항들에 대한 최종 확인을 끝내고,
모두 다 함께 성공적인 CBT를 위해서 힘내자고, 서로를 격려하며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시선을 다들 피하는 것 같지만, 기분 탓입니다>
역사적인 순간이...다가온다.
홈페이지 방문자가 증가하고, 클라이언트의 다운로드 수도 계속해서 증가한다.
서버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오픈 뿐.
두근거리게 하는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서버, 오픈 합니다!"
그 한마디를 시작으로, 4일간의 CBT 일정이 시작되었다.
평일이지만 많은 모험가분들이 에오르제아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일까.
서버가 오픈되자마자 많은 분이 계속해서 에오르제아의 각 도시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들 바빠 보이셔서 말을 못걸고 도촬만 했습니다>
*CBT DAY-2*
2015년 6월 12일 금요일
CBT 2일차. 1일차보다 많은 분이 에오르제아를 찾아와 모험을 즐기고 있다.
그중에서는 빠르게 주요 퀘스트와 레벨업을 병행하며, CBT 기간에
만나게 되는 보스들 중 가장 임팩트가 넘치는 이프리트를 만나기 위해서 임무 찾기를 신청하고
기다리고 계시는 모험가 분들이 계시다는 정보를 확인했다.
이때야말로, 내 GM으로서의 지명도를 올릴 절호의 찬스라고 난 생각했다.
장비를 입고, 기술을 배치하고, GM의 품격이 느껴지는 검고 다크한 이펙트를 체크한 다음...
이프리트의 얼굴을 만나기 위해서 바로 돌진했다.
훗, 20레벨 이프리트 정도야 우습지...라고 생각했다가 딜러이면서 말뚝을
공격하는 것을 깜빡 할 뻔 했지만, 같이 파티를 했던 분들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다행이다.
<개인 마우스&개인 설정까지 하면서 말뚝을 집중 공격하는 창술사 보이스씨>
2일차가 종료된 이후, 문득 오늘이 금요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나를 비롯한 GM들은 회사에서 불타는 금요일을 지내야 한다.
모험가분들이 CBT를 경험하며 보내주시는 여러 의견과 CBT 진행 중 확인되는 문제들.
그리고 아직 남은 일정의 재확인 등...많은 것들을 진행해야 하기에...
그래서, 이럴 때 가장 중요한 '야식'을 빼먹을 수 없다.
야식이란 야근을 할 때 빠지면 절대 안 되는 것이니까.
<야근은 언제나 뜨거운 물을 준비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CBT DAY-3*
2015년 6월 13일 토요일
앞선 1일차, 2일차와는 다르게, 오늘부터는 오픈형 테스트로 전환하여
누구나 제한 없이 접속이 가능한, 이전보다도 더 많은 분의 참여가 기대되는 토요일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3일차인 오늘은 모두가 기대(?)하는 '파이널판타지14 서버를 터뜨려라!' 이벤트가 있는 날.
그렇기에 미리 이를 위한 사전준비를 겸하여 3일차에는 오픈 후 잠시 임시점검을 진행하게 되었다.
임시점검이 끝나고, 마침내 이벤트 시작 시간이 되었다.
우리 GM들도 이 이벤트의 목적인 '서버 부하 테스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 전력으로 접속에 몰두했다.
<GM이라고 해서 대기열이 뜨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조마조마,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시간...
실시간으로 바쁘게 서버 현황이 들려온다.
그리고 마침내, 한계를 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서버는 폭파되지 않았고...결국 이벤트는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가 서버의 튼튼함에 기뻐해야 하는지, 이벤트가 실패했으니 슬퍼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를 미묘한 감정에 휩싸여 있었던 그때, 한가지 확정사항이 결정되었다.
"실패했지만 13일에 접속한 모든 분에게 환상약을 지급합니다!"
환상약을 받게되어 기뻐하실 모험가분들을 생각하니, 즐거웠다.
*CBT LAST DAY*
2015년 6월 14일 일요일.
4일이란 시간은 무척 빨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GM들은 어느샌가 마지막 날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 GM 중 몇몇인가는 조금 안타깝게 얼굴이 변해가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CBT가 끝날 때까지는, 우리에게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있을 여유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신집중을 위해 아침 공기와 함께 쓴 커피를 마시며,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지난 3일차 밤부터 4일차의 해가 떠오르고, 다시 지는 그때까지...
시간이 아깝다며, 혹은 뒤늦게 시작한 만큼 다른 모험가분들을 따라잡아 초코보를
꼭 한번 타보겠다며 열심히 돌발 임무에 참여하고, 길드 의뢰를 달성하는 모험가분들..
이제는 마지막 날인 만큼, 처음 시작한 클래스를 CBT 최고레벨까지 올린 분들도 보이고,
느긋하게 낚시나 제작 클래스를 해보시는 분들도 보인다.
다른 GM들을 슬쩍 보니, GM드레이크님도 모험가분들과 함께 낚시하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힐링 중인 GM드레이크씨>
4일간이라는 시간은, 파이널판타지14라는 게임을 알아가기에는 조금 아쉬운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순간이 조금씩 가까워지자, 도시에 모여서 이 아쉬움을 달래는
모험가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우리 GM들도 이 마지막 순간을 모험가분들과 함께 하며
추억을 쌓기로 결정, 2개 서버의 3개 도시로 향하여 다른 모험가분들과 함께
춤을 추고, 폭죽을 터트리고 화려한 이펙트의 기술들을 사용하며
이 마지막 순간을 마치 축제처럼 즐기기 시작했다.
GM들을 향해서 쏟아지는 수많은 질문과 의견들..
그리고 무엇보다, 짧은 CBT에 대한 아쉬움과 OBT에 대한 관심과 기대들..
그러한 모습들을 볼수록,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완전한
파이널판타지14의 모습으로 모험가분들을 찾아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질 수 있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댄스, 댄스, 댄스!>
종료 1분 전.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는 인사가 가득한 채팅창.
나 역시 CBT에 참여해주시고, 마지막을 함께 즐겨주시는 모든 분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다.
쏟아지는 감정 표현, 채팅...결국 시간은 흐르고 흘러, 종료 시간이 되었다.
에오르제아라는 세계의 문이, 일시적으로 닫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4일간의 일정이 마침내 모두 끝났다.
물론 나를 비롯한 GM들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CBT 진행 중 확인된 문제와 현지화에 대한 의견들을 모으고, 정리하고, 의논하고, 개선하는 일이 남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일이 끝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우리는 아직, 진정한 에오르제아라는 세계를 모험가분들께 보여드리지 못했다.
에오르제아는 반드시 모험가분들께 닫혀있는 문을 다시한번 활짝 열게 될 것이다.
최고의 모험과 함께...
-GM보이스-
*CBT 앨범*
-그때 그 시간과 장소,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추억들-
<팀의 방어를 책임지는 GM보이스 입니다>
<어머나 깜짝이야!>

<오늘도 울다하는 평화롭습니다>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군표를 위해 당기는 활 시위>
<인기남 GM게게루주>
<멋진 루가딘 형들>
<모그리가 모여서 쿠뽀쿠뽀!>
<울다하 불꽃 축제>
<림사 로민사 불꽃 축제>
<그리다니아 불꽃 축제>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