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 라노시아에 가 보면 청동 호수 야영지 라는 곳이 있습니다.
에테라이트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심심찮게 왔다갔다 하실겁니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조금 들어 가 보면 '뜨끈 양념포도주 요양원'이라는 건물이 있어요.
입구에는 간판도 있습니다. 'Warmwine Sanatorium' 이라고 적혀있군요.
이 곳은 청동호수의 수위가 내려가면서 드러난 니므시대의 테라스 모양 유적에
치료효과가 있는 온천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현재는 부상당한 병사들을 위한 요양시설이 되었습니다.
지형이 치료온천으로 유명한 터키의 파묵칼레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야영지 내를 돌아다니면 끊임없이 뭔가를 들이키며 온천욕을 즐기고 있는 부상병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들이 마시는 것은 각종 향신료와 생약을 넣고 데운 포도주, 번역된 이름으로는 '양념포도주'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양념 된 포도주라니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글로벌 서버에서는 이 양념포도주를 'Mulled Wine'라고 한다더라구요.
Warm Wine, Mulled Wine... 그렇습니다. 이건 그냥 향신료 넣고 끓인 포도주, 뱅쇼(Vin chaud)인 것입니다.
뱅쇼는 국내에서도 즐겨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
혹시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귤껍질을 말린 다음 달여마시는 귤피차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귤피차와 마찬가지로 피로회복과 감기예방에 좋아요.
그럼 바로 만드는 방법을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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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레드 와인, 사과, 오렌지, 레몬, 라임,
시나몬 스틱, 정향, 딜씨드, 꿀, 설탕, 베이킹소다 혹은 소금
뱅쇼는 역사가 오래 된 만큼, 사실 취향따라 아무거나 넣어 마셔도 되는 음료입니다.
보통 레드 와인을 쓰지만 화이트 화인을 쓰는 경우도 있구요,
국내에서는 사과와 계피를 많이 넣지만 유럽에서는 오렌지와 정향 정도만 넣어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저처럼 냉장고에 있는 거 다 때려 넣으셔도 좋습니다.
와인, 시트러스 과일(감귤류), 향신료 이 조합만 있으면 뱅쇼의 기본은 된다 생각해요.
와인은 끓여서 알코올 성분을 날릴 것이므로 굳이 비싼 걸 사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물받았는데 마시긴 그렇고 집에 굴러다니는 싸구려 와인을 이용 해 보세요.

과일은 베이킹 소다를 이용해 빡빡 문질러 한 번 세척 해 줍니다.
이렇게 해 주는 것은 감귤류의 과일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표면을 살짝 긁어내 깨끗하게 씻어내기 위함이예요.
베이킹 소다 말고 소금을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끓는 물에 오렌지와 레몬, 라임을 넣고 표면만 살짝 데치는 느낌으로 넣었다가 건져줍니다.
너무 오래 두면 향이 날아가니 주의.

건져 낸 과일들은 예쁘게 슬라이스 해서 썰어주었습니다.
사실 저는... 보통 그냥 큼직하게 쑴텅쑴텅 썰어 넣어 만드는데요,
사진을 찍어 보여드릴거라 괜히 예쁘라고 얇게 썰어 보았습니다.
감귤류의 흰 부분은 끓이면 떫은 맛이 납니다.
이것은 나중에 설탕 등을 첨가 하면 중화 됩니다만, 싫으신 분들은 제거하고 넣으셔도 좋습니다.

와인 한 병을 냄비에 모두 넣고,
썰어놓은 과일과 향신료를 넣고 끓여줍니다.
처음에는 센 불에 올려놓고 끓어오르면 잠시 두었다가
약불로 줄이고 30분 정도 뭉근하게 끓여 알코올을 날리고, 과일과 향신료의 향이 우러나도록 합니다.
사실 와인 한 병의 양이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보통 여러분이 선물을 받으신다면 스탠다드 사이즈의 750ml 와인을 얻게 되실 것,
그렇기 때문에 원래 있는 과일이라면 모를까 굳이 많이 사서 넣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저는 딜씨드를 정말정말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넣지만
딜씨드보다는 정향이나 계피만을 넣으시는 분들도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사과, 계피 / 오렌지, 정향 / 레몬, 딜씨드 조합이 맛있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팁이라면 정향은 머리가 작은 압정처럼 생겼습니다.
그래서 끓이실 때 정향을 오렌지 과육 속에 쏙쏙 박아넣고 끓이시면
나중에 체에 거르실 필요없이 간편하게 드실 수 있어요.
저는 크기가 작은 딜씨드를 넣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면보에 걸러낼 겁니다.

다 끓은 와인은 조금 더 우러나도록 살짝 식혔다가
체와 면보에 받아 과일과 향신료를 걸러내 줍니다.
좀 더 깊은 맛을 우러내도록 하고 싶으시면 한 시간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걸러내셔도 좋습니다.
저는 꿀을 첨가할거라 식기 전에 걸렀어요.

면보를 들어내서 사극에 나오는 탕약 짜듯이 꽉 돌려서 짜 주시면 조금 더 알뜰하게!
이렇게 면보를 쓰면 나중에 얼룩은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사용한 뒤에 행주용 비누를 이용해 몇 번 문질러 준 후에
그대로 비누거품과 함께 끓는 물에 삶아주면 다시 하얗게 됩니다.

취향에 따라 꿀이나 설탕을 첨가 해 줍니다.
저는 꿀 2스푼을 넣고 나머지는 설탕으로 달달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상태로 잘 식힌 뒤, 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필요한 만큼만 꺼내서 데워 드시면 끝!
참 쉽죠. 약 10일 정도 보관 가능합니다.


취향에 따라 건조된 과일 칩 등을 곁들여 드셔도 좋습니다.
진한 맛이기 때문에 곁들임 없이 마셔도 좋구요,
본래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음료지만 차게 드셔도 맛있습니다.

만들기 굉장히 쉬우니까 다들 한 번 만들어 드셔 보시길.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