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째 올릴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 올려봅니다.
평소 요리도 좋아하고, 게임 내 등장하는 이국적인 음식 만드는 것도 좋아하다보니
요리대회 이벤트를 맞아 생각나는 것들을 이것저것 만들어 보았습니다.
참여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고 해서 기회가 되는대로 몇 가지 올려 볼 생각인데요,
그 중에서도 오늘은 감잎 초밥 만들었던 것을 올려 봅니다.
홍련 탄산수가 나오기 이전엔 누구나 흔하게 들고 다니며 먹었던 음식이지만
정작 실제 먹어 본 사람은 많이 안 계시지요. 그도 그럴것이 일본의 옛 음식이니까요.
감잎 초밥은 바닷가에서 잡아올린 생선을 내륙으로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소금에 절인 생선을 감잎으로 싸서 옮긴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감잎에 있는 타닌(Tannin) 이라는 성분이 살균작용을 해서 생선의 부패를 늦추는 것이 원리라고 합니다.
일본 고유 음식이다 보니 국내에서 만들어진 사례를 찾을 수 없어
일본의 웹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번역기로 더듬더듬 해석해 제 나름대로 만든 것이라
본토에서 만드는 방식, 맛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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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쌀, 초밥용 배합초, 소금, 감잎, 돌돔 회, 초밥용 틀
게임 속 감잎 초밥에 필요한 재료는
맵쌀, 쌀 식초, 감잎, 백가자미, 돌돔, 야광의 에테르 모래 입니다만,
생물 백가자미는 당일 구하기 매우 어려웠고, 모래를 밥에 뿌릴 수 없어서 두 가지는 생략했습니다.
소금을 야광의 에테르 모래라고 생각 해 봅시다.
같은 부대원 분께 선물받은, 저에겐 HQ 소금이예요.

우선 감잎을 채집 해 줍니다.
8월의 감잎은 햇빛을 많이 받아 굉장히 억세고 두꺼운 편입니다.
일본에서는 어린 잎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요, 단풍 든 잎으로도 감잎 초밥을 만든다고 하니 일단 가져와 봅니다.

채집 해 온 감잎은 흐르는 물에 씻어 깨끗한 것으로 선별 해 줍니다.

보시다시피 감잎의 잎줄기가 아주 두껍고 싱싱해 버립니다.
초밥을 감싸려면 유연해야 하는데 매우 곤란한 상황이죠.
이런 경우, 잎줄기를 칼로 얇게 저며 두께를 줄이는 방법도 있고,
살짝 쪄서 부드럽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요,
찌는 것은 이미 한 번 해 봤지만 찌는 시간 조절을 하지 못해서 실패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소금물에 절이는 방법을 써 볼 겁니다.
소금으로 잎을 유연하게 만들고, 살균효과도 노려봅시다.

감잎을 예쁘게 포개 놓은 다음 소금물을 찰랑찰랑할 정도로 부어줍니다.
염도가 올라가면 감잎이 떠오르니까 물을 많이 넣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굵은 소금을 다섯 줌 정도 넣어주었는데 맛을 보면 바닷물 보다 덜 짠 정도...
그렇게 김치냉장고에서 일주일간 가끔 뒤섞어가며 절여 줍니다.
일주일간 절여도 꽤 싱싱한 편이었으니
조금 더 오래 절이거나, 더 많은 소금을 넣어 절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소금은 소금물의 농도를 12% 이상으로 해야 살균 효과가 있습니다.
농도가 20%가 넘으면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여기서 주의 할 점은, 꼭 소금을 물에 다 녹인 후에 소금물을 만들어 부어주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참고한 사이트들에서는 그저 '소금에 절인다, 소금물에 절인다' 라고만 적혀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처음엔 채소 절이듯이 켜켜이 소금을 뿌려 주었었는데요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소금에 직접 닿았던 부분에 반점이 저렇게 생기더라구요.
잎의 뒷면이 예뻐야 초밥이 예쁘게 나오므로, 이렇게 점이 만들어 졌을 경우 대 실패입니다.

잎을 절인 후 며칠 뒤, 드디어 초밥에 들어갈 밥과 생선을 준비 합니다.
밥은 고슬하게 짓고, 밥이 지어지는 동안 돌돔을 소금에 절일건데요,
원예 레벨은 제가 좀 되는데 낚시 레벨이 0이라 돌돔은 장터 채집했습니다.
회를 뜰 때 초밥용이라고 말 하지 않았더니 이렇게 가늘게 떠 주셨네요...
혹시 만들어 보실 분들은 꼭 초밥용이라고 말씀하시길.
감잎 초밥은 숙성 초밥이라, 감잎의 타닌 성분을 믿어본다고 해도
여름이라 역시 무서워서 식중독 걱정에 소금에 절여 보았습니다.
소금의 양은 대강 '와, 이 정도 넣으면 많이 짜겠는데?' 싶을 정도로 뿌려줍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밥이 지어지는 동안 잠시 숙성.
이렇게 생선에 소금을 뿌리고 오래 놔 두면
삼투압작용으로 생선살이 단단해져 식감이 좋아지지만, 속에 있던 수분이 다 빠져나옵니다...
그래서인지 예상치 못한 강한 비린맛에 당황.
너무 많이 쪄 버린 감잎에 이어, 이번에도 망했나 싶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키친타올로 물기를 제거 해 준비합니다.

고슬하게 지어진 밥은 한 김 식힌 후에,
너무 질척이지 않게 배합초를 적당량 뿌려줍니다.

그리고 밥을 적당량 올려서 그럴듯하게 타원형으로 만들어 주는데요,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소금만 손에 올린 후 만드는 것이 포인트 입니다.
물이 들어가면 밥알이 손에 묻지 않아 편리할 수는 있어도 선도가 떨어질 수 있어요.
소금만 있어도 밥알이 붙지 않습니다.

밥 위에 돌돔도 올려서 물기를 제거한 감잎의 앞면에 올려놓고

돌돌돌 말아 줍니다.
제가 손이 두 개라 옆구리 접는 법은 사진으로 찍을 수가 없었는데
상자 선물 포장하듯이 옆쪽부터 착착 접고, 아래, 위, 접어주시면 됩니다.

하나씩 나란히 초밥틀에 넣어줍니다.

이렇게 나란히 나란히...
조금 삐뚤삐뚤하긴 하지만, 그래도 무사히 다 채워주었습니다.

다 채웠으면 뚜껑을 닫아 누름돌 같은 무거운 것으로 꾹 눌러 하루동안 냉장고에서 숙성시킵니다.
감잎 초밥은 하루 지난 후에 먹어야 가장 맛있다고 하네요.
밥을 누르는데 사용한 이 초밥틀은 제가 손이 굉장히 뜨거운 편이라
평소 초밥을 한꺼번에 빠르고 신선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던 것입니다.
반드시 이 초밥틀이 필요하진 않구요, 락앤락 통 같은 곳에 넣어 만드셔도 됩니다.

다음 날 냉장고에서 꺼내 뚜껑을 열어보니 납작하게 아주 잘 눌려있습니다.
실력이 부족해서 곳곳에 찌그러진 형태도 보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

아주 그냥 네모 반듯,

게임 속에 나오는 각도로도 찍어볼까요.
이상하게도 가죽재인 여러종류의 힘줄과도 똑같이 생겼지만, 실제 감잎 초밥도 이렇게 생겼답니다.

포장되어있던 감잎을 벗겨내고 초밥을 시식 해 봅니다.
밥을 꾹 눌러 만든 것이기 때문에 식감이 사실 좋지는 않습니다.
쌀은 냉장고에서 보관하면 가장 맛없어진다고 하는데요, 밥 자체는 딱딱하고 거친 반면,
감잎과 함께 숙성된 돌돔은 씹는 맛도 좋고 신기하게도 심했던 비린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네요.
맛은 찬 밥을 구운 김으로 싸먹는 맛. ;D
이 정도면 휴대용 음식으로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배탈도 나지 않았어요! 감잎 좋다!
남은 감잎은 나중에 생선 요리를 만들 때 사용할 수 있을 지 도전 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