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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판타지14 신생 에오르제아 제7재해 회고록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던 제7재해는 에오르제아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각각의 인물들이 겪었던 제7재해를 5화에 걸쳐 돌이켜보겠습니다.

'여왕 폐하와 일곱 라라펠'

울다하 왕궁 테라스에서 불멸대 장병들을 배웅한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죽음을 주관하는 신의 이름을 딴 '달 관문'을 통과하여 미리 '죽음'을 한 번 겪으면 전쟁터에서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믿음이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까닭에 부대는 동쪽 관문에서 출발하였다. 그들의 모습이 황야의 모래먼지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울다하 제17대 국왕 나나모 울 나모는 결코 테라스를 떠나지 않았다. 그 후로 갑자기 나나모가 변했다. 늘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진정하지 못했고, 정무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심지어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런 때에 믿음직한 부하 라우반 알딘마저 자리를 비웠으니 시녀들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라우반은 왕가를 보필하는 '모래전갈회' 중 한 사람이지만, 총사령부 '불멸대'의 최고사령관이기도 했다. 당연히 갈레말 제국군과 치를 결전을 위해 주력 부대를 이끌고 떠나 있었던 것이다. '짐은 나이가 열여섯이나 되는데도, 마치 어린아이와 같구나……'
그렇게 생각해보아도 음식을 삼킬 수는 없었다. 또다시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식탁을 떠나는 나나모를 조용히 지켜보는 그림자가 있었다. '피핀 타루핀'. 라우반이 거두어 돌봐온 라라펠족 고아였다. 불멸대 장교이기도 한 그는 카르테노에서 함께 싸우기를 원했으나 양아버지의 말에 따라 왕궁에 남았다. 여왕을 정신적으로 보필하라는 라우반의 배려였지만 피핀이 그 일을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불안한 날들은 천천히도 흘러갔다. 그렇다 해도 찾아올 날은 반드시 찾아오는 법이었다. ‘나나모 폐하, 동맹군 본대에서 링크셸로 연락이 왔습니다. 카르테노에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왕궁 회의장 '향불방'에서 피핀에게 보고를 받은 나나모는 '그렇구나' 하고 겨우 한 마디로 답할 뿐이었다. 별 일 아니라는 듯한 나나모의 반응에 피핀은 당황한 듯했지만, 곁에 있던 휴런족 청년은 개의치 않는 듯 거침없이 말을 꺼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나나모 폐하. 폐하께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으니까요' 가벼운 태도의 청년 산크레드는 '구세시맹'이라는 조직의 일원이며 고문으로서 왕궁에 드나드는 인물이었다. '고작 어린아이인 짐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냐!' 나나모는 괜한 화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소리쳤다. 그러나 산크레드는 단단히 화가 난 여왕의 목소리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렇게 기운이 넘치시니 문제 없겠군요. 지금부터 폐하는 아르자네스 납골당으로 가주시죠. 달 신의 비석 앞에서 기도를 올려주셔야 합니다. 에오르제아를 구할 열두 신을 불러내기 위해서요' 신을 불러내는 것. 이것이 바로 라우반 일행이 전쟁터로 나선 목적이었다. 당장에라도 떨어질 듯한 달의 위성 '달라가브'를 막아내고 에오르제아를 제7재해에서 구하기 위해 에오르제아 열두 신을 소환하려는 것이다. 이 비술을 실현하려면 많은 '기도'의 힘이 필요하다. 나나모는 열두 신 소환을 제안했던 현자 루이수아에게 들었던 작전 내용을 떠올렸다. '폐하가 설령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지키고 싶은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 강한 소망이 신을 부르는 힘이 될 겁니다. 그러니 폐하, 부탁 드려도 괜찮으시겠죠?' 잠깐의 침묵. 어리광을 부렸던 자신이 부끄러워진 나나모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밖으로 뛰어나갔다. 호위 피핀을 데리고서. '이거 참, 모시기 힘든 여왕 폐하라니까' 그리하여 나나모와 피핀은 차가운 아르자네스 납골당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게 되었다. 산크레드는 여왕을 이곳으로 보낸 뒤 울다하에 있는 또 다른 성당 '밀바네스 예배당'으로 떠났다. 나나모는 온 마음을 다해 울다하의 수호신이자 쌍둥이 신 '날달'에게 기도를 올렸다…… 에오르제아를 구해주기를, 울다하를 지켜주기를, 그리고 라우반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몇 시간에 걸친 기도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던 중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이 크게 흔들리며 곳곳에서 비명이 들려왔지만 나나모는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혼란이 갑작스레 울다하를 뒤덮은 그 때, 두 사람이 기도를 올리던 '달 신의 비석'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신의 동상을 받치고 있던 비석에서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이 때, 나나모는 확실히 깨달았다. 신이 강림했다! 그리고 꿈인지 현실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나모는 기도 중에 현자 루이수아의 목소리를 들었다.
『에오르제아가 새롭게 태어나기를……』 어느샌가 정신을 잃고 땅에 엎드려 있던 나나모는 성당 안에 울리는 발소리에 눈을 떴다. 바로 옆에 쓰러져 있던 피핀도 고개를 흔들며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빛이 사라진 '달 비석'을 바라보던 나나모는 한 남자의 비명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크, 큰일이야! 사파이어길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약탈하기 시작했어!' 날달 교단의 주술사처럼 보이는 남자가 하얗게 질린 채 성당으로 뛰어들어왔다. 그제서야 본분을 떠올린 듯 피핀이 다급하게 말했다. '위험합니다, 나나모 폐하. 왕궁으로 돌아가시죠!' 그러나 나나모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니된다!' 벌떡 일어선 나나모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술사들의 활동 중심지인 '아르자네스 납골당' 안에서는 사제들이 귀중한 제사 도구와 서적들을 폭동에서 지켜내려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핏대선 눈으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몸집이 작은 남자가 있었다. 납골당 총주교이자 대마도사인 '무무에포'였다. '알겠냐 너희들! 폭도 놈들을 절대 성당에 들이지 마라! 가까이 오면 파이어로 불태워버려!' 끔찍한 지시를 내리는 무무에포를 본 나나모는 분노에 찬 얼굴로 외쳤다. '백성을 불태우다니, 그러고도 성직자란 말이냐!' 분노한 나나모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백성을 지키는 것이 왕의 할 일! 두려움에 빠진 백성을 짐이 구하겠노라! 짐의 힘이 되어줄 자 누구 없느냐!' 몰려오는 폭도들을 마주한 채 우뚝 선 여왕을 보고 피핀이 앞으로 나섰다. '여기 있습니다! 제 양아버지 라우반을 대신하여 이 피핀이 돕겠나이다!' 하지만 그 뒤로 모인 것은 호위를 맡은 근위기사 파파샨과 형제 사이로 보이는 주술사 길드의 젊은이들 다섯 명뿐이었다. 어떤 이는 겁에 질려 주저앉아 있었고, 어떤 이는 재산을 지키느라 바빠서 여왕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도 나나모는 앞으로 나아갔다. 공교롭게도 일곱 명 모두가 라라펠족인 무리가 여왕을 둘러싸고 지키면서 혼돈의 도가니가 된 시가지로 나아갔다. 아름다운 울다하 회랑에는 폭도로 변한 군중들이 넘쳐났다. 상점을 덮치는 자, 우왕좌왕하는 상인, 부모 손을 놓친 아이들……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들 앞에 선 나나모가 외쳤다. '파파샨, 섬광을 쏘아 올려라!' 여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나이 든 근위기사가 '섬광[플래시]'을 쏘아 올렸다. '주술사들이여, 있는 힘을 다해 마법을 쏘아 올려라!' 다섯 명의 젊은 주술사들이 파이어, 선더, 블리자드를 하늘을 향해 마구 쏘아 올렸다. 특히 얼굴에 붕대를 감은 젊은이는 거대한 불꽃을 쏘아 올려 폭도들의 시선을 끌었다. '피핀, 나를 들어 올리거라!' 몸집이 작은 라라펠족인 피핀이 나나모를 자신의 어깨에 앉히고 안간힘을 다해 일어섰다. 그 위에서 나나모는 소리 높여 외쳤다. '듣거라, 울다하의 백성들이여! 듣거라, 사막의 백성들이여! 지금 에오르제아 땅에 제7재해가 찾아오려 하고 있다! 허나 우리는 살아있다! 그리고 내일도 살아가야만 한다! 쓰러진 자의 재산을 빼앗기보다 일으켜 세워주면 함께 일하여 재산을 모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대들이 배웅했던 불멸대는…… 라우반 일행은 카르테노 땅에서 싸우고 있다! 그들은 울다하를 지키기 위해, 그대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돌아왔을 때 폐허가 된 마을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냐! 지금 이것이 제7재해라면, 앞으로 일곱 번째 성력을 시작하면 되는 것뿐이다! 두려움에 빠지지 마라! 절망에 휩싸이지 마라! 짐과 함께 상처 입은 울다하를, 에오르제아를 새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자그마한 여왕이 펼친 이 연설 덕분에 폭동은 가라앉았고 곧이어 조직적인 구조활동이 시작됐다. 며칠 뒤, 삶을 주관하는 신의 이름을 딴 '날 관문'을 통하여 불멸대의 생존자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마치 시체 무리처럼 지쳐 늘어져 있긴 했지만 돌아갈 집은 남아 있었다. 밤낮으로 복구 작업에 몰두한 나날들이 지나고, 나나모는 날달 교단에 왕명을 내려 총주교 무무에포를 파면했다. 꼭두각시 여왕에게 그럴 만한 힘은 없었지만 피핀이 뒤에서 손을 써준 덕분에 무무에포가 부정하게 재산을 모은 증거를 잡았고 그 증거들로 교단을 위협한 것이 먹혀 들어 그는 결국 감옥에 들어갔다. 그리고 후임 주술사 길드마스터 자리에는 그 날, 나나모를 지키기 위해 나섰던 붕대 감은 젊은이와 그의 네 동생들이 앉게 되었다. 나나모는 이따금 떠올린다. 제7재해가 찾아왔던 그 날을. 그 당시 왕좌를 장식하는 마법인형이라 놀림 받던 그녀는 '왕'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해냈다. 그렇기에 언젠가 '왕'으로서 해야 할 마지막 일 또한 해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