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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14] 암전 - pro

번호 821
베히모스 | 환술사 | Lv.60
16-07-08 23:52 조회 6084

* 장편이 될 예정입니다. 아마도?

* 의식의 흐름 주의.

* 언제 연재할지 모름 주의.

* 설정 날조 상상력 가미에 주의.

* 이번 편에서는 2.5 스토리 미약한 스포일러 주의.

* 앞으로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될 예정입니다.

* 오르슈팡 사랑해

 

 

도와주세요.

 

사방에서 간절한 속삭임이 들려온다. 초월하는 힘은 종족, 언어, 시간과 공간마저 초월하는 힘. 동시대, 혹은 과거, 아니면 미래의 모든 에오르제아에서 하나하나 뚜렷이 전해지는 원념에 나는 귀를 막았다.

 

살려주세요. 구해주세요. 우리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오, 신이시여!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코볼드족, 실프족, 드래곤족, 키키룬족, 고블린족, 사하긴족, 아말쟈족, 톤베리족, 모그리족, 이크살족...... 셀 수도 없이 많은 생명체들의 울부짖음, 에오르제아는 비탄에 잠겨 있었다.

 

그만. 그만해, 제발. 아무리 귀를 강하게 틀어막고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가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초월하는 힘은 모두의 절규를 내 뇌리에 박아 넣었다.

 

미쳐 버릴 것만 같다. 일신으로 행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이미 한 나라의 전력을 뛰어넘는 무력을 지녔다 하더라도 내가 동시에 여러 곳에 있을 수는 없었으며, 생존을 두고서 서로 다투는 이들을 내 잣대로 심판할 수도 없다.

 

모든 공간 모든 시간대의 비명이 뇌리에 생생하다. 그것들은 서로 자신의 사연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를 자랑하듯 가장 끔찍한 장면들을 보여주고서 내게 도움을 애걸한다.

 

나는 전지전능하지 않아. 당신들을 돕고 싶지만, 그래야 할 의무는 없어. 제발 이대로 날 내버려 둬.

 

그들은 나를 향해 부르짖는다. 비난한다. 내게 당신들의 기대, 의무, 부탁들을 잔뜩 짊어지게 한다. ''네 사명은 우리를 구원하는 거야''

 

......에오르제아 전체를 이 등에 짋어지더라도 결코 더하지 않을 중압감에 깔려 나는 괴롭게 호흡했다.

 

하이델린. 위대한 별의 의지이자 모든 생명의 원천인 어머니 크리스탈이여, 왜 우리는 고통받아야 합니까? 당신의 그 위대한 힘으로 이 세계에 축복을 내려 절망을 그치게 하시고 멸망을 막으십사 우리를 구원해주소서.

 

우리에게 내려진 시련은 너무 가혹합니다. 부디 당신의 힘으로 이들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여 절규를 멈추게 해 주소서.

하이델린에게 닿기를. 나는 빌고 또 빌었다.

 

초월하는 힘을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없음에 깊은 절망을 느끼며 그저 몸부림치고 있을 즈음, 누군가의 손길이 와 닿았다.

 

서늘한 감촉이 뜨거워진 머리를 식혀 주는 듯 했다. 몸부림을 멈추고 무의식의 심해 속에서 천천히 현실로 이끌려 나올 때쯤,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은가! 맹우여, 괜찮은가!? 이런, 온 몸이 불덩이 같군."

 

미묘한 하이톤의 과장된 목소리가 내 의식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천천히 눈을 뜨자 제법 익숙해진 장소였다.

 

용머리 전진기지, 그 중에서도 오르슈팡의...... 방.

 

뭘까. 나는 눈앞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오르슈팡을 수상쩍은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난 여기 들어온 기억이 없는걸.

 

"그렇게 쳐다보지 말게, 맹우여! 눈의 집에서 쓰러져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급히 이 곳으로 데려온 것이니까 말야!"

 

오늘도 여전히 상쾌한 네 대답에 멀뚱히, 방금 들은 목소리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고보니 그 중에 네 목소리는 없었다. 넌 내게 무언가를 딱히 바라지 않았지. 오히려 맹우라고 부르며 지켜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던가?

 

으음, 미묘한 기분이야. 내 인상이 찌푸려져 있었는지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상태가 안좋은가. 아무래도 내 방에서 조금 더 쉬는 게...."

 

"아, 아니야. 괜찮아. 그냥...... 생각할 게 있었을 뿐이니까."

 

그는 언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냐는 듯이 표정이 활짝 피었다.

 

"그런가! 다행이군! 그렇지만 무리하지 말게. 열심히 하는 너도 정말 좋지만, 지쳐 쓰러져 있는 너는 정말 보기 힘드니까 말야!"

 

으음........ 역시 오르슈팡의 말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얌전히 ''고마워'' 라던가, 말하면 되는 걸까?

 

".....고마워?"

 

이런,  의문형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오르슈팡은 고개를 잠깐 갸웃하더니 넘어가주었다.

 

"뭐가 고맙다는 건지 모르겠군! 당연한 일이 아닌가! 뭐, 오늘만큼은 너와 단둘이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정말로 중요한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분명 네게도 도움이 되는 일일 테니 말이야! 그럼 천천히 푹 쉬다 가게!"

 

그는 내게 윙크를 날리고 사라졌다. 와아, 역시 오르슈팡과 함께 있으면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어버리고 만다.

 

부산스럽던 머리속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방 안에 정적이 찾아오자, 그가 따뜻하게 데워 놓은 방만이 남았다. 이불 안에서 꿈틀거리며 나는 아까 보았던 장면들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썼다.

 

괜찮아. 나는 어쩔 수 없었던 거야. 괜찮아......

 

심호흡을 하고 방 안의 책을 아무거나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원래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잠들면 다시 그런 장면들을 보게 될 것 같은걸.

 

그가 떠난 방에서는 다시 미세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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