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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 is present #시작된 여정-9

번호 1575
카벙클 | 비술사 | Lv.70
19-10-05 17:46 조회 7653

이제 사건이 시작됩니다. 이번화를 포함한 후 몇화는 조금 폭력적인 장면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시작합니다.




*

 

쾅쾅쾅-!


네 나가요!”


무십코 대답하며 문 앞에 다다른 그녀는 살짝 고민했다. 그렇지만 또다시 쾅쾅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용기를 내며 문을 열었다. 그것도 아주 살짝만.


누구세요?”


문 틈 사이로 보인것은 노란 셔츠를 입은 두 남성이었다.

한 남성은 덩치가 산만하고, 한 남성은 너무 작아서 그녀는 내심 놀랐다. 여차하면 바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문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문을 두드렸던 노란 셔츠의 남성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빈집인 줄 알았지만 불이 켜져있길래 두드려봤더니 사람이 있었고, 문틈으로만 보이지만 놀랄만한 미인이었다.

잠시 헛기침을 한 그들은 흑와단식 경례를 하며 말을 이었다.


흐흠. 안녕하신가. 아가씨. 우리는 보시다시피 노란 셔츠 경비병이라네. 최근 여기 안갯빛 마을에 3인조 빈집털이범이 들어왔다는 정보가 있어 조사 중이지. 혹시 수상한 3인조를 못 보았나?”


노란 셔츠라면 림사 로민사의 정부, 흑와단에 소속된 경비대라는 것을 생각해낸 그녀는 정중히 대답했다.


노란 셔츠... 아니요 수상한 사람은 못 보았어요.”

그런가? 아쉽군.”


도끼를 등에 맨 루가딘 남성은 거칠게 자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다시 물었다.


혹시 집안에 다른 분은 계신가? 계신다면 물어보고 싶네만.”

, 아뇨. 지금은 저 혼자 밖에 없어요.”


그녀는 자기가 말한 혼자라는 말에 공연히 더 쓸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외부인이 보이자 꼬마친구들은 재빨리 숨어버린 탓에 집안도 매우 조용했기에 노란 셔츠 남성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럼 우린 이만 가보겠네.”


그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자 그녀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몸을 돌려 한걸음, 두걸음 걷던 루가딘 남성이 , 그렇지라 말하며 다시 몸을 돌렸다.


아가씨 혹시 혼자 사는 건가?”

, ? 그런데요...?”

그렇다면 해가 저물면 조심하게. 지금 안갯빛 마을에는 매우 나쁜 놈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그녀는 루가딘 남성을 보다 저물어가는 햇빛에 눈을 가늘게 뜨며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려 했다.

문득 그녀는 역광으로 루가딘 남성의 큰 그림자가 문가를 덮는 것을 보고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루가딘 남성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바로 우리들처럼 말이지. .”

“!!”


갑자기 바깥으로 문이 확 끌려간 탓에 그녀는 깜짝 놀란채 문고리를 놓지 못한채 밖으로 확 끌려나왔다.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덜미에 닿는 차가운 감촉에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던 비명도 쑥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손들어. 천천히 뒤로 돌아.”


그녀는 천천히 뒤로 돌았다. 목 끝에 닿아있는 라라펠 남성의 창끝이 섬뜩했다.


그래, 고분고분하니 좋구먼. 집 안으로 들어가서 손을 등 뒤로 돌려,”


그녀는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지만 남성이 시키는 대로 했다.

곧 그녀는 두 손을 묶인 채 밀쳐져 바닥에 나뒹굴게 되었다. 그녀는 악 소리도 내지 못하고 바닥에서 몸을 움츠렸다.

집 안으로 들어온 불청객들은 세 명이었다. 노란 셔츠를 입은 둘과 처음 보는 휴런족 남성.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세 불청객은 감탄을 하며 집안을 구경하듯 이리저리 흙발로 다니고 있었다.


너희들 누구야. 노란셔츠라 했잖아...!”


애써 용기를 내 말한 것이었지만, 생각했던 것의 반의반도 안 되는 목소리 크기에 그녀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제대로 전달이 된 모양인지 루가딘 남성이 대답했다.


아 그거 말이야? 노란 셔츠는 맞지. 앞에 이라고 붙인다면 말이야.”


그는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멀어지려 애쓰며 몸을 움츠렸다. 그 모습을 재밌다는 듯 킬킬거리며 보던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다시 해적으로 돌아왔지. 물론 육지에서 하는 해적질이지만.”


그는 덜덜 떨며 자기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에 점점 기분이 고양되는 것을 느꼈다.

이거였다. 압도적인 강자로 약자를 짓밟고 약탈하는 기분. 이것 떄문에 그 지긋지긋한 노란 셔츠를 때려치우고 나온 것이었다.


뭐 자기소개는 방금 했잖아? 3인조 강도단. 그게 우리야, 아가씨. 그러니까 얌전히 있으면 목숩만은 건들지 않아주지.”


그리고 약탈이 시작되었다.

3명의 강도들은 신이 난 상태로 그녀의 부대하우스를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마음껏 활개를 쳤다.

식탁에 놓인 음식과 주류를 마음대로 먹고 마신 후 아무렇게나 버리고, 비싸 보이는 물건은 모조리 로비 중앙으로 옮겼다.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들은 그 주인(즉 그녀를)을 욕하고 비웃으며 아무데나 던지고 깨트리며 짓밟았다.

그런 끔찍한 광경이, 부대원들과의 추억이 갈가리 찢겨져 나가는 것이, 계속해서, 계속해서 이어졌다.

  

벽에 걸린 한 엘레젠 남성의 조상화가 뗴어져 이걸 왜 걸어놓는지 비웃음을 당한 뒤 버려졌다.


완성! 이걸로 항상 기념할 수 있을 겁니다!

OO님 그런데 이거 엄청 큰 스포일러 아니에요?

ㅋㅋㅋ 괜찮아요. 새싹 분들에게는 모두의 아이돌이라 소개하면 되죠!


- 안 돼 -


부대장실에 있던 가구가 내던져지고, 책들이 바닥에 쏟아지며, 화분에 심긴 관물이 쓰러졌다.


XXX님 여기는 뭐에요?

저도 모르겠어요. 어제 님이 리모델링 하신다고 하셨는데.

.. 그럼 여기를 부대장실로 하죠! 대장님도 좋아하시겠지!


- 그 만 -


비싸게 샀지만 배치를 왜 이렇게 했냐며 소리듣고 예쁘게 놓인 카벙클 램프도, 귀하게 모신 제작 장인분이 만들어 주셨던 악기도, 나오자마자 서로 길로 구입해 부대 하우스에 뒀지만, 하우스에 1대 밖에 배치할 수 없어 서로 낭비했다며 웃었던 오케스트리온도, 낚시를 좋아하시는 분이 직접 물고기를 잡아 넣었던 수족관도, 모두가 아련하고, 귀하디 귀한 추억이었고 -


- 모조리 더럽혀지고 있었다.


싫어, 그만, 그만해!!!”


울음 섞인 비명 같은 목소리에도 그들은 비웃음을 지으며 작업을 계속했다.

늘 해왔던 것처럼 약자들의 지저귐을 기분 좋게 들으며 모아놓은 물건을 인벤토리 마법이 걸린 특제 자루에 넣으려고 손을 뻗었다.


크으, 오랜만에 대박이구만. ?”


그렇지만 그 손을 물건을 쑥 통과해 허공을 움켜쥐었다.


?”

, 뭐야 이건!?”


쌓아놨던 물건들이, 땅바닥에 나뒹굴던 쓰레기와 파편들이 전부 모습이 흐려지더니 새파란 알갱이로 분해되었다.

둥둥 떠 있던 알갱이들은 이리저리 비산하며 모이더니 빛이 번쩍 환하게 빛났고-


- 아무도 손대지 않은 것 같은 깔끔한 집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괴이한 현상에 눈만 끔뻑이던 휴런 남성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탁자 위에 있던 비싼 접시를 들려 했다.


뭐야. 그냥 다시 돌아온 거잖아? 복원 마법이 걸린 물품이라면 더 비싸게 팔, ... ?”


남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가벼운 터인 접시는 거대한 바위라도 된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우야. 장난치지 마라.”

아니 형님. 이거 진짜 안들려요.”


휴런 남성은 접시를 두 손으로 들려다 들리지 않자 한쪽 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서 온몸으로 접시를 당겼다.

접시 하나를 두고 낑낑거리는 남성의 모습은 코믹하기까지 했지만, 강도들의 등골에 스멀스멀 불안함이 기어 올라오게 만들었다.


비켜봐라.”


루가딘 남성이 등에 멘 도끼를 빼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접시를 내리 찍었다.

! 하는 소리가 났지만 테이블은 물론이고 음식과 잔에 들어있는 음료조차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움직일 리 없는 한 폭의 그림처럼.


, 큰형님. 이집 귀신들린 건 아니겠죠? , 여기 오랫동안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라고 했는데 사람이 있는 것부터 이상하잖아요...!”

침착해라. 이건 보호마법일거다.”


강도들은 흩어져 집안을 돌아보며 여기저기 툭툭 건드려보고는 집안 모든 물건이 다 이 상태라는 것을 알아냈다휴런 남성이 겁먹은 목소리로 말하자 루가딘 남성이 한심하다는 듯 일갈했다.

그는 유일하게 바닥에 남아있던 금색 용무늬 조각이 눈에 띄는 두꺼운 마도서를 들고 고민했다.


그도 마법은 문외한이었다. 다만 부유한 집이나 고대 유적에 보호마법이 걸려 있기도 한다, 라는 소문만 들어본 적이 있었다.

왜 이 마도서만 움직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루를 들고 있던 휴런 남성에게 책을 던져주며 이거라도 챙기라 말한 그는 곧이어 흉악한 눈빛으로 방구석에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집에 일어난 일은 집 주인이 알 것이다.


이봐 아가씨. 이거 아가씨가 한 것이지? 좋은 말로 할 때 풀어.”

“...몰라.”


목소리는 작았다. 사실 그녀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다.

중앙에 쌓여있던 모든 물건과 샤이나의 마도서의 차이점, 그것은 하우징 아이템으로 집안에 배치된 물건인지 아닌지의 차이였다.


원래 배치된 하우징 아이템은 집의 주인과 주인이 권한을 준 플레이어가 아니면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있었다.

접시도 들지 못하고 도끼로 내려찍어도 멀쩡한 그 모습은 게임 속의 하우징 아이템을 캐릭터가 만지는 모습과도 비슷했다.


그렇지만 어째서 처음에는 강도들도 만질 수 있었는지, 복원도 되는 건지. 왜 이제와서 건드릴 수도 없게 되었는지는 그녀 역시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알아도 절대 말 안 해.”


추억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녀는 오히려 자신이 모른다는 것에 감사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작았다. 몸도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채 내려다보는 남성의 시선에 덜덜 떨고 있었다. 그렇지만 쥐어 짜낸 듯 뱉어낸 말은 단호했다.

그 눈동자에서 반짝이는 적의를 느낀 루가딘 남성은 불쾌한 듯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아가씨에게 좋은 걸 하나 알려주지.”


손만 뻗어도 몸을 움츠리려 하는 주제에 말은 건방지다. 꽁꽁 묶여 무력한 상태에서 공포에 떨면서도 저항하려한다. 그리고 그게 또 눈이 번쩍 뜨일만한 미인이다. 최고지 않나.

그는 이런 상황이 좋았다. 모름지기 해적이란 이런 자들을 짓밟고 약탈하고 죽이는 재미가 있는 것이니까.


우리는 말이지. 좋은 노예상인도 한명 알고 있다고.”


그는 그녀의 멱살을 쥐고 벽에 세게 밀쳤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상의를 붙잡았다.


그러니까 손해 볼 수는 없으니 못 가져가는 물건 값은 아가씨에게 받아야겠어.”


투둑. 천이 찢겨지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본 듯 굳어 있다가 처음 느껴보는 수치와 절망감에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다.


걱정하지 마. 지금은 그저 감정하려는 거니까. 아가씨를 얼마에 팔면 좋을지 말이야. 나중에 울다하의 귀족에게 비싼 값으로 팔아주지.”


그녀는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소름끼치는 감촉에 있는 힘껏 저항했지만 뒤따라온 두 명이 그녀를 끌어내 붙잡자 커져가는 절망감에 눈물이 절로 흘렀다.

공포 속에 후회의 감정이 샘솟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 감정을 억지로 잘근잘근 씹어 삼켰다. 거기까지 비참해질 수는 없었다.

 

- 끼익


그때 작은 소리와 함께 그녀의 눈에 문이 살짝 열린 것이 보였다. 강도들이 열려다 포기하고 다른 곳 물건부터 가져오자며 넘어갔던 문이었다. 바로 샤이나의 방이었다.

그녀는 문 큼에 보이는 작은 인형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정말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발로 강도들을 마구 찼다. 얼굴 근처를 지나는 손을 있는 힘껏 깨물기도 했다.

보다못한 루가딘 남성이 손을 높이 들어올렸다.


이게 미쳤나!”

보기와 다르게 힘도 셉니다. 어휴.”

계속 잡고 있어!”


- !


!”


그녀는 눈앞에 별이 번뜩이는 것을 느꼈다. 뺨이 불이 붙은 듯이 얼얼했다루가딘 남성은 솥뚜껑만한 손을 두어 번 더 내리쳤다.

그는 그녀의 발길질이 파르르 떨며 멈춘 것을 보고는 바닥에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그녀는 기절한 듯 움직임이 사라져 있었다.


얌전히 있으라니까. 꼭 매를 벌구먼. ?”

나나모니랏!”


강도들은 있을 수 없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말소리였다. 사람이 있으면 큰일이었다. 반드시 도망치기 전에 잡아서 처리해야했다.

그리고 등을 돌린 그곳에서 자신의 무릎에도 못 미치는 작은 금발의 드레스를 입은 인형을 발견했다.


나나모 인형은 작은 바늘을 지휘봉처럼 치켜들어 강도를 향해 내리그었다. 그리고 용맹하게 외쳤다.


짐이 허락하노라!”


! 방문이 활짝 열리더니 꼬마친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들고 벌떼처럼 강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것들 뭐야!?”

, 따거!”


순식간에 그들은 꼬마친구들로 뒤덮였다.

인형은 각자의 무기로 강도들에게 달라붙어 찔러댔고, 이빨이 있는 몬스터들은 적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미약하게 마법을 사용하는 몬스터들도 있었다.


어린 몰볼의 묘목은 무적호 모형을 타고 라라펠 남성의 얼굴에 뛰어내려 고약한 숨결을 뿜어내기도 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꼬마친구들은 강도들의 얼굴 주위를 현란하게 날아다니며 정신을 빼놓았다.

그 사이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던 던전 보스의 모습을 한 꼬마친구들이 작은 불꽃과 물구슬, 전격의 줄기를 뿜어냈다.


잠시 동안. 꼬마친구들의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였다.


안 돼!’


그녀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한순간 멍해진 정신이 조금이나마 나아짐과 동시에 설마 하던 일이 일어나 버린 것이었다.

무식한 따귀를 맞아 골이 흔들렸는지 취한 듯 어지럽고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입 안도 터졌는지 비릿하고 걸쭉한 것이 입안을 채운 것이 느껴졌다. 너무 아팠다.

줄을 끊으려고 비틀었던 손목도, 얻어맞았던 뺨도.

무엇보다 저들을 나서게 만든 자신의 무력감과 약함이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내가 강했더라면. 샤이나가 있었더라면!’


빨리 일어서야 한다. 나도 싸워야 한다. 내가 처음부터 싸웠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전투력이 전혀 없는 저 자그마한 친구들이 싸움에 나서게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에워싸여 있는 강도들은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다치지 않았다. 바늘도, 작은 이빨도. 작은 불꽃도 물방울도 전격도. 적을 상처 입히기에는 너무나도 작고 물렀다.


그래. 애초에 꼬마친구들은 싸우는 기능이 주어지지 않았다. 싸우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들을 항상 따라다니고 위안을 주는 것이 저 작은 친구들의 역할이니까.


귀찮은 것들!”

- 캬웅! - 끼잉!


빙글거리나 시야와 이명으로 가득한 귓속으로 힘에 밀려 내팽개쳐지는 꼬마친구들이, 그리고 그 비명이 들렸다. 버르적거리며 몸을 세우는 그녀의 귀에 청천 벽력같은 소리가 들렸다.


? 형님. 이거 마법 인형입니다! 이것들 비싼거라구요!”

? 으하하. 횡재했구나! 잡아라. 절대 손상시키지 마! 다른 것들도 일단 다 집어넣어!”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정체를 알 수 없던 벌레 같던 적들이 일순간에 황금덩어리로 바뀐 것이다. 탐욕에 불이 지펴지자 이제 사냥하던 자와 사냥당하는 자가 바뀌었다.


꼬마친구들 중에 연금술과 재봉술. 그리고 보석 세공술로 만들어진 마법 인형이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강도들은 꼬마친구들의 공격을 무시하고 하나씩 둘씩 덥석 붙잡기 시작했다.

냉정히 관찰해보면 상당수의 공격은 무시해도 그만인 것들이 많다는 것도 강도들은 알게 되었다.


잡았다!”

하하! 이게 다 돈이구나!”


거리낌 없이 꼬마친구들을 잡아채는 강도들에 의해 어느새 휴런 남성이 들고 있던 자루는 붙잡힌 꼬마친구들로 채워져 갔다.

그 장면을 보고, 그 끔찍한 웃음소리와 도망치는 꼬마친구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그녀는 발밑이 꺼지며 새까만 구덩이로 떨어지는 듯한 심한 현기증을 느꼈다.


가르릉 거리는 숨소리가 낯설었다.

느껴본 적이 없는 온갖 감정이 가슴을 터질 듯이 메웠고, 몸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덜덜 떨렸다.

온 몸이 터질 것 같은데, 넋이라도 나간 듯 움직일 수 없어서. 그게 더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


나나모니랏! 나나모니랏!”


그때 소음을 뚫고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가장 자주 들었던, 깨어날 때부터 항상 자신에게 붙어 있던 인형의 목소리였다.


그래. 울다하의 나나모 여왕의 인형이군. 이것도 값이 좀 나가겠는데!”


그녀는 큰 손에 붙잡힌 나나모 인형을 보았다. 나나모 인형도 그녀를 보았다.

순간 시간이 느려진 것 같았다.

천천히 나나모 인형이 검게 입을 벌린 자루를 향해 낙하했다나나모 인형은 자루 속에 떨어지기 전에 그녀를 보며 외쳤다.


샤이-!”


그리고 말을 채 끝내지 못한 채 자루 속으로 사라졌다.


. 무언가 끊기는 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몸 안에 꾹꾹 눌러왔던 것이 한순간에 폭발한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감정이었다.

 









*






그녀는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자존심이 부족하고, 자랑할 것 하나 없는, 겁쟁이.

그렇지만...

 

*

 

나는 샤이나(Character)가 아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나를 샤이나라 불렀다.


?


그들에게 있어서는 내가 샤이나니까.


그리고 나도.


샤이나(Charater)는 아니지만, 샤이나(Player)이기도 했다.


가상이라 해도 함께한 모험과 도전, 부대원과의 추억은 모두 진실이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 지금은 내가 샤이나야.

 

*

 

그렇지만...

그녀는 좋은 것(Goodness)이 무엇인지 알고, 쭉 동경해왔다.

 

*

 



이제 반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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