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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 - 어스름의 기사

번호 828
사보텐더 | 격투사 | Lv.50
16-07-14 14:52 조회 7812

[추천 BGM - Dragon Song (창천의 이슈가르드 메인 테마)]

-

 

 

​ 그곳은 적막에 잠겨 있었다.


 

 

 삐죽이 솟은 탑도, 부서져 내린 성벽도, 굳게 걸어 닫힌 성문 역시. 끊임없이 내리는 눈에 뒤덮여, 마치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것처럼 보이는 그곳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적막에 잠겨-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한 발, 또 한 발. 내딛는 것이 망설여질 정도로, 이 고요함을 깨드리는 것이 안타까워 눈물이 날 정도로.



 성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제는 의미 없는 조각난 천장과 얼어붙은 벽 아래로 널브러진 옛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부서진 무기와, 텅 빈 상자와 전투의 흔적들.


 5년이나 지났건만 당시의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비극의 날에 있었던 끔찍한 흔적들이.



 다 헤진 종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쌓인 먼지와 눈을 헤치고 읽은 것은 그리 좋은 내용이 아니었다. 좌절과 절망 그리고 혼돈. 희망이라고는 한 줄기도 없는 그것이 내용의 모든 것이었다.


[...운석이 비처럼 쏟아지고, 검은 그림자가 불을 뿜는다. 그야말로 세계의 종말이 왔는지도 모른다. 병사들도 이구동성으로 ''제 7재해''가 닥쳤다며 아우성친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그토록 견고했던 성벽이 무참히 무너진 것을 보라...요새를 사수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무너진 잔해를 치우며 최선을 다해 구조 활동을 벌였지만, 고작 몇 명밖에....점점 쇠약해지고 있다...아직도 성도에서 구조대는 오지 않는다....]


 5년 전에 들이닥친 제 7 재해는 모두에게 있어 악몽 그 자체였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재해와 동시에 보급이 끊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치지 않는 적의 공격에 그들은 우왕좌왕하면서도 요새를 지켰다. 다독이며, 이끌며, 그들은 요새를 지켰다.



 싸우고, 또 싸우고, 결국에는 싸울 수조차 없어졌을 때에도, 그들은 요새를 포기하지 않았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구조가 올 것이라는 것을 믿으며, 자신들이 최후의 방어선이라는 것에 긍지를 가졌다.



 복도 한 구석에 자리 잡은 기사에게 기도를 올렸다. 마지막까지 그 의지를 관철하고, 죽어서조차 쓰러지지 못한 긍지 높은 자에게 지금 할 수 있는 최대의 예를 표했다. 바라건대 이제는 편히 잠들기를.....



 안쪽으로 이어진 통로에서 또 한 장의 일기를 발견했다. 다른 것과는 달리, 먼지에도 눈에도 더럽혀지지 않았지만, 그와 반대로 그것은 붉은 색의 얼룩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제는 바짝 말라 딱딱해진, 원래는 무엇이었는지 짐작이 가질 않는 액체-


[...비축된 식량이 곧 바닥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병사들이...처참한 전투가 벌어졌고, 수많은 목숨이 스러졌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신선한 고기를 얻었다는....]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생각만 해도 손이 떨리고 눈앞이 흐려졌다. 고립된 요새에서 고독한 전투를 계속했던 이들에게 닥친 참극. 하지만 누가 그들을 탓할 수 있으랴? 어떻게 그들을 비난할 수 있으랴? 창을 들었던 자들도, 방패를 들었던 자들도, 그저 발버둥을 쳤을뿐이다.


 그 결과가 비록 피로 얼룩진 참상이라고 해도, 입밖에 낼수조차 없는 가혹한 비극이라 해도.


[...나는 죄를 범했다. 추악한 죄...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려면 반드시...]


 아아- 갸륵한 자여. 지키리라 맹세했던 거룩한 자여. 죄로 만들어진 검은 성벽 아래 신념을 관철한 그대의 이름은 기사. 고귀한 자로다. 성사 그 최후가 비극일지라도. 그 명예는 부정되지 않으리로다. 설령-


"-설령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 그대들 자신일지라도."



 눈물을 머금고 도끼를 뽑아들었다. 한 호흡에 도끼를 휘둘러,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자들을 벴다. 베면서 나아갔다. 이들을 일으키고 있는 이에게. 이들의 명예를 부정하고 있는 자에게.

 

 

 그 자는 ​수많은 시체 속에서 고고히 서 있었다. 멍한 눈빛으로, 아니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붉은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움켜쥔 도끼로 그 자를 겨누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가까이 다가갔다.


"......"


 말은 없었다. 그는 입을 다물고 있었고, 다시 열 생각도 없어보였다. 아니면 입을 열 자격조차 자신에겐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어떤 설명도 변명도 없이, 그는 검을 들어올렸다.



 검을 막은 도끼에서 불꽃이 튀었다. 이를 악물고 쳐내자, 비틀거리면서도 자세를 바로잡아 다시금 덤벼들었다. 이제는 말라비틀어질 것 같은 신체로, 집착적으로 검을 휘둘러왔다. 그 검에는 죽음의 기운이 서려 있었고, 그를 따라 차례차례 일어서는 자들의 눈엔 광기가 서려 있었다.


 강건했던 기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남아 있는 것은 그저 망자의 원한뿐이었다.


".......!"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이, 그 안의 마음이 몸을 부채질했다. 어서 이들에게 안식을 주라고. 어서 이 끝나지 않는 비극에 막을 내리라고. 그 충동에, 그 열망에 무아지경으로 도끼를 휘둘렀다.


 그리고 전투는 곧 끝이 났다.



 그는 쓰러졌다. 처참하게 베이고 깎여, 그저 그 형태만을 남기고 완전히 소멸했다. 그의 쓰러진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시금 가슴이 아파왔다. 가까스로 참고 있었던 울음이 터졌다.

 정말이지 대책이 없을 정도로 고집불통이었다.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없는 고귀함이었다. 침입자를 막겠다는 일념으로 죽음조차 딛고 일어선 병사들과 기사들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리고 그들을 쓰러뜨릴 역할을 내려준 자신의 운명에 나는 울면서 감사했다.


 고통과 좌절을 딛고 일어나, 끝까지 관철한 진정한 신념을 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에게 안식을 가져다주는- 그 행운을, 그 영광을 자신은 가질 수 있었으니까.


"당신들은 정말 잘했어요. 정말로....이제는 부디...편안히 잠드세요."


 얼어붙은 눈꺼풀을 감겨주며,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 생과 사를 방황하면서도 이 어둠속에서, 이 차가운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킨 고귀한 기사와 그 부하들에게.



 그들이 편안히 잠들 수 있게, 고이 문을 닫고 그곳을 뒤로 했다. 저 멀리서 그리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저 멀리 망루가 보였다. 요새에서 가장 높은 곳- 전쟁신 할로네의 여신상과 ''빙창석''이 안치되어 있는 곳이라고 들었다. 기사 유헬메릭이 바친 그 보석은 그들이 여기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당신들이 여기 있었다는 거...내가 꼭 전해줄게요..."


 슬픔을 삼키며, 그래도 조금은 훌쩍이며, 나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Fin]        



-


 

 

 안녕하세요. 사보텐더 서버에 서식하고 있는 야야무입니다.

 

 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지만, 창천의 던전 중에 어스름 요새가 너무 멋있어서.....


 반쯤 충동적으로 글을 써버렸습니다. ㅎㅅㅎ;


 어떠실지 모르겠지만....부디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근데 이걸...소설이라고 해야하나...아트라고 해야하나...)


 이 스토리는 본편에서 등장하는 어스름 요새의 이야기를 기본바탕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게임 안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만으로 쓰여진 글이므로, 공식 설정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추천 BGM은 Dragon Song! 창천의 이슈가르드 메인 테마인데 이걸 들으면서 읽으시면 분위기가 좀 더 살거라고 생각해요.


제작에 필요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어스름 던전은 총 3번 클리어했구요.(주로 사진 찍는 걸 깜빡한 저 때문에)


그때마다 함께 어울려주신 분들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사보텐더]


하코우러욧      <창룡>

코니루

쁘레


[랜덤매칭]


꽃별하            <숙녀>

엘로리아         <순백의>

설화               <최후의 수단>


쿤애스            <배달부>

웅웅              

따숫따숫         <공포의 소환사>



PS. 아참. 사보텐더 서버 스토리 매칭 도우미 ''온실'' 여전히 모집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귓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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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16-07-20 05:22)
리바이어선 | 비술사 | Lv.60
오 멋있어요........
Ravan (16-07-14 19:04)
리바이어선 | 주술사 | Lv.60
ㅎㅎ 훌룡하네요 어스름요새 돌던기역이 새록새록...... 살도 잘붙이셨고 묘사도 좋네요^.^
네번째 스샷 바로위에 당 ㅣ 라고 되있네요 ㅎㅎ 
글고 유헬메릭때 검을막는 도기라도 되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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