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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의 이슈가르드

못다 한 이야기

파이널판타지14: 창천의 이슈가르드편에 등장한 인물들의 뜻밖의 만남, 그리고 스토리에서 미처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은 특별한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얼음의 여신'

이젤은 손에 든 옅은 하늘색 크리스탈을 꽉 쥐고 있었다. 적으로 처음 만났던 빛의 전사와 '새벽'의 소년, 그리고 절대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았던 푸른 용기사까지…….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듯한 동료들과 함께한 여행은 이곳 드라바니아 구름바다의 '하얀 궁전'에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토록 기다리던 성룡 '흐레스벨그'와의 만남도 그저 환상만 깨진 채 끝나고 말았다. 결국 그들은 사룡 '니드호그'를 물리쳐 '용시전쟁'을 마무리 짓는 길을 택했다. 이젤은 싸움을 막지 못한 것이다. 잠시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녀는 적어도 같은 인간끼리의 싸움을 막기 위해 성도에 침입한 동지들을 설득했다. 그러한 동지들과도 헤어진 지금, 이젤은 지금껏 일어난 일을 가만히 떠올리고 있었다. 잠시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녀는 적어도 같은 인간끼리의 싸움을 막기 위해 성도에 침입한 동지들을 설득했다. 그러한 동지들과도 헤어진 지금, 이젤은 지금껏 일어난 일을 가만히 떠올리고 있었다. '모든 일은 그 만남에서 시작되었지……' 5년 전, 이젤은 추위에 쫓기듯 도착한 고지 드라바니아 땅에서 우연히 성룡과 마주쳤다. 낯선 곳을 떠돌다 숲에서 벗어난 그녀와, 구름바다 너머에서 사냥감을 찾아 내려온 성룡이 때마침 만난 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별의 의지가 이끌어준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듣고, 느끼고, 생각하라……' 이젤은 별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뒤로 항상 그 뜻을 따라왔다. 성룡 흐레스벨그의 과거를 본 탓에 인간의 배신으로 '용시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닫고 용들이 울부짖는 소리와 슬픔을 느끼며 '이단자'라 불리는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천 년 동안 이어진 기나긴 싸움을 막을 수 있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자기 손을 더럽힐 각오로 이단자들과 접촉한 그녀는 마침내 특별한 능력으로 무리를 이끄는 '얼음의 무녀'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싸움을 부추기는 성도 ‘이슈가르드’의 최고 지도자, 교황을 쓰러뜨리기 위해서였다. '교황을 없애고 싸움에 지친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면 모두 끝날 줄 알았는데……' '허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게로구나?' 고대 드래곤족의 언어로 물어본 질문에 이젤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눈을 되찾은 성룡 '흐레스벨그'는 지긋이 이젤을 바라보았다.

'동지들과 함께 마법 장벽을 부순 뒤, 니드호그를 따르는 용들을 성도로 이끌었습니다. 그들이 교황을 물리쳐주리라 믿었으니까요……' 이젤이 이끄는 조직은 사막도시 '울다하'의 상인들에게 정보와 물자를 얻고 있었다. 상인들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는 몰라도, '대의'를 이루는 데 그런 사소한 일은 상관없다고 여겼다. 상인들이 신전기사단 총장을 '승전 축하연'에 불러내자, 그 틈을 타 다시 성도를 노렸다. 방위책임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성도를 기습하여 마법 장벽을 부수고 용들을 성도 안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용들은 교황청으로 향하지 않았다. 복수의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성도에 들어오자마자 눈에 보이는 연약한 사람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하층민들이 모여 사는 구름안개 거리에서 펼쳐진 끔찍한 광경을 바라보며 이젤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참으로 어리석구나……' 이제 그녀는 진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내가 어리석었어…… 과거의 배신도, 시바의 마음도, 용들의 분노도……. 모두 다 멋대로 해석한 탓에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 말았지. 그러니 반드시 그 죗값을 치러야만 해……' 그러한 각오를 했기에 지금껏 빛의 전사들과 함께 여행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빛의 전사들이 가는 길을 함께 하리라. 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함께 걷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이젤을 맹신하고 분노에 눈이 멀어 교황과 귀족들에 대한 증오만 키워가는 동지들과 달리, 그들을 보며 진짜 동료가 무엇인지 느꼈기 때문이었다. '떠나려는 게냐……' '네, 저는 가야 합니다…… 빛의 전사들 곁으로요…….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만나서 다시 함께 길을 걷고자 합니다' 결연한 다짐을 고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근엄하던 성룡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것은 용이 짓는 미소였다. '그렇다면 내 등에 타도록 하여라, 환상을 품은 여인이여. 니드호그의 눈을 지닌 자가 금지된 마대륙으로 향하고 있다. 그리고 용을 사냥하는 자가 지닌 눈 역시 그를 뒤쫓듯 움직이고 있구나. 빛의 사도 또한 그곳에 있을 터……' '설마…… 용의 눈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성룡은 그렇다고 답하듯 울부짖었다. '광기에 사로잡혔다곤 하나, 내 형제의 눈을 이대로 인간 손에 넘겨줄 수는 없다. 자, 어쩌겠느냐? 억지로 가잔 말은 하지 않으마……' 이젤은 손에 든 크리스탈을 다시 한 번 꽉 쥐었다. 빛의 크리스탈…… 별의 의지가 맡긴 희망의 증거……. 그 차가움을 확인하듯 꽉 쥐었다. '흐레스벨그여, 저를 데려가 주세요!' 그것은 공교롭게도 천 년 전, 한 여인이 외쳤던 말과 똑같았다. 흐레스벨그여, 저를 데려가 주세요. 영원토록 당신의 영혼과 함께할 수 있도록. 성룡은 가슴속으로 눈물을 삼켰으나 이젤은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성룡이 참수리를 닮은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바람의 에테르를 모았다.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과 함께 곧이어 성룡 '흐레스벨그'가 구름바다의 하늘을 갈랐다. 그 등 위에 시바가 되지 못했던 여인을 태운 채…….

세찬 바람을 타고 몇 시간을 날아 도착한 곳에서 이젤은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빛을 보았다. 분노와 슬픔이 갑작스레 한데 뒤섞인, 시커먼 원한을 품은 그 에테르를 접한 순간 무녀와 성룡은 깨달았다. '용의 눈에 담긴 힘을 해방한 것인가……' 그 탄식을 들은 이젤이 말했다. '서둘러요 흐레스벨그, 어서 그들 곁으로 가야 해요……' 곧이어 보인 광경은 갈레말 제국군의 거대 비공전함이 포탄을 쏘며 푸른 날개를 단 비공정을 쫓는 모습이었다. 저 배에 빛의 전사들이 타고 있다. 그렇게 직감한 이젤은 마음을 굳혔다. '별의 의지로부터 받은 빛의 크리스탈……. ……드디어 이걸 쓸 때가 왔군.’ 이젤은 손에 든 옅은 하늘색 크리스탈을 꽉 쥐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강하게. ‘지금까지 내 이기심 때문에 많은 목숨이 희생됐다. 난 얼어붙은 몸을 녹여줄 '동료'가 필요했던 거야…… 그 마음을 '대의'라 꾸며낸 거지.’ 그것은 잘못을 뉘우치는 말이자, 희망을 전하는 유언이었다. '용서하십시오, 시바여. ……그리고, 흐레스벨그여. 그래도 저는 꼭 보고 싶습니다……. 소녀가 눈밭 한가운데에서도 얼어붙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성룡 흐레스벨그가 제국군의 거대 비공전함 위에 이르렀을 때, 이젤은 그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그 마음을 헤아린 성룡이 슬피 울부짖었다. 천 년 전, 사랑하는 인간을 집어삼킨 성룡은 그 후로 결코 인간을 죽이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이젤 또한 그것을 알았기에, 인간과 인간의 싸움인 이번 일에 도움을 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마워요, 흐레스벨그' 성룡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그 마음을 알아챈 이젤이 마지막 싸움에 임했다. '성녀 시바…… 아니, 간절한 바람으로 만들어낸 나 자신의 신이여! 내 몸에 강림하사 진정한 평화를 위해 최후의 정적을 내리소서! 손에 쥐고 있던 크리스탈은 빛이 되어 녹아 내렸다. 그리고 그녀는 얼음의 여신이 되었다. 성녀 시바를 향한 간절한 바람과 어릴 적부터 들어온 빙하와 전쟁의 여신 할로네 신화가 뒤섞여 이 세상에 태어난 그녀 자신의 신으로……. 진정한 동료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하여……. 창천의 이슈가르드, 못다 한 이야기 3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