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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 is present #시작된 여정-11

번호 1584
카벙클 | 비술사 | Lv.70
19-10-21 00:52 조회 8933

현생이 매우 바쁩니다... 출근이라 힘든거였군요..

잘 봐주시면 감사합니다.

댓글 남겨주시면 사랑해욧!



*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금발의 땋아 올린 머리에 분홍빛 드레스를 입은 천사같이 귀여운 인형이었다. 나나모 인형이 그녀를 가만가만 쓰다듬고 있었다.


봉제인형에 불과한 그 손길이 너무나도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그리고 그 뒤에 있는 그녀가 애타게 찾았던 그것이 보여서, 그녀는 속에서 끓고 있던 오열을 흘렸다.


.. 아아...”


싸우리라 결심하고 절대 보이지 않으려 했던 눈물이 흘러넘쳤다.

그녀는 꼬마 친구들이 펼쳐준 샤이나의 마도서에 피에 젖은 얼굴을 간신히 가져다대었다.

그렇지만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도서에 고개를 기댄 채 뒤를 돌아보니 스크럼을 짠 듯 촘촘히 그녀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꼬마친구들의 벽이 보였다.


강도들도 더는 이상한 짓을 못하게 그녀를 막으려 했지만, 심상치 않는 기세를 풍기며 흉신악살과 같은 표정으로 노려보는 꼬마친구들의 기세에 짓눌려 더 이상 다가오지 못했다.


그래도 허용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당연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저들도 정신을 차리고 저 벽을 흐트러뜨리고 넘어올 것이다. 그러니 망설일 시간 같은 것은 없었다.

그녀는 입에 있는 피를 뱉어내며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신속한 마법.”


신속한 마법. 사용한 후 5초 이내에 사용하는 다음 마법을 딱 한번 시전시간이 없이 바로 발동되도록 해주는 기술.

마법을 사용하는 직업에게는 유용한 마법이었다. FF14(파이널판타지14)에서는.


그렇지만 현실은 마법이 사용되는 느낌도, 현란한 시각적인 효과도 없는 그저 공허한 외침이었다.

당연했다. ‘신속한 마법FF14라는 게임 속 기술이지 상식적으로 게임 밖의 그녀(Player)는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당연했지만 -

 

- 그저 믿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더 이상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소환 -”


그녀의 샤이나의 직업은 소환사였다. FF14에서는 한 캐릭터가 여러 가지의 직업을 갖는 것이 가능했다.

샤이나도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주 직업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늘 소환사라 답했다.


패치를 거듭해 소환사가 약해질 때도, 강해질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샤이나의 주 직업은 소환사였고, 그녀도 소환사라는 직업이 가작 좋았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하려는 것은 소환사의 기본이며 전투 중 급박한 상황에 늘 하는 일종의 연계였다.

신속한 마법소환으로 이어져 시전시간이 긴 편인 소환을 순식간에 완료하는, 그런 연계.


그녀는 문득 샤이나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세요. 그 뒤에 이어진 문장을.

 

- 당신을 보내주신 신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아아, 정말로 저를 이곳에 보내신 분이 신님이시라면....’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그녀의 기적이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 계획의 끝을 맺는 단어를.


“- 이프리트!!”


제발. 도와주세요.’

 

*

 

기적은 보이지 않았고, 들리지 않았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간절히, 간절히 믿었다.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 오감과 육감으로 느껴지는데도.


그녀는 입으로 끝까지 외쳤고, 감았던 눈을 뜨며,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변화(기적)가 일어났다.

 

*


환하게, 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에 닿아있던 마도서에서 빛이 나더니 보랏빛 용의 날개가 펼쳐졌다.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만큼 정겨운, 샤이나의 마도서 미메시스-룩스의 전투 중 모습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간 무언가가 푸른 기운으로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몸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기운이 쑥 빠져나가는 것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지만 그녀는 원래부터 함께였다는 듯 전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푸른 기운은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가 실타래처럼 엉키더니 붉은 마법진이 되었다.


후다다닥. 꼬마친구들이 좌우로 흩어졌다. 그 너머에 있던 강도들도 붉은 마법진을 볼 수 있었다.

화염을 품고 있는 듯 이글거리는 보석과 같은 구를 중심으로 삼각형과 원과 곡선이 만들어내는 붉은 마법진.

꼬마 친구들을 쫓을 때가 아니다. 불길한 느낌에 강도들은 급히 가지고 있는 무기를 꺼내들어 휘둘렀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 화르르!


신속한 마법의 효과로 나타났던 붉은 마법진은 신속하게 자기의 일을 마치고 반짝! 하더니 사라졌다.

남아있는 중앙의 구체는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확!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쏟아졌고 강도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화염 속에서 나타난 것은 루비와 같은 붉고 반짝이는 몸을 가진 존재였다.

팔은 가늘고 길었으며 대조적으로 팔 끝에 달린 손톱은 매우 커다랗고 날카로웠다.

상체는 붉은 광석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역삼각형의 상체에 중심을 감싸는 갈비뼈와 같은 붉은 광석. 상체의 아래로는 척추를 따라 뾰족하게 끝이 나 있었다.

그리고 루비와 같은 몸 위에는 이마에서 자라나 앞으로 꺾이는 크고 긴 두 개의 뿔을 가진 악마의 얼굴이 있었다.


뼈와 같은 몸은 날카롭지만 자칫 부러지기 쉽게도 보였다.

그렇지만 허공에 둥둥 뜬 채 입에서 불길 섞인 한숨을 내뱉고 있는 모습에서는 방심할 수 기운이 느껴졌다.

지옥불에서 기어 나온 악마와 같은 외형을 가진 소환수. 화염신 이프리트를 이긴 자만이 소환할 수 있는 이프리트 에기 였다.


, 괴물이다아아!”

겁먹지 마라 바보 자식! 저건 비술사들이 사용하는 마법생물일 뿐이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루가딘 남성도 도끼를 들며 주춤주춤 물러서고 있었다.

가만히 어공에 정지해 있지만 숨만 쉬어도 폐가 데일 듯 느껴지는 열기와 악마와 같은 외형은 엄청난 위압감을 그들에게 주고 있었다.


이프리트...”

-크르르르


가냘픈 그녀의 부름에 이프리트 에기는 대답하듯 그르렁거렸다. 그 이어져 있는 감각이 그녀는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그녀는 작지만 단호한 말로 이프리트 에기에게 명령했다.


저 녀석들을, 지금 당장, 우리 집에서...! 내 쫓아버려!!”


-화르륵! 


명령이 떨어진 직후, 이프리트 에기의 전신에서 화염이 솟구쳤다.

가냘파 보이던 이프리트 에기의 몸이 화염에 감싸이자 지옥불을 휘감은 악마가 되었다.


낮게 울부짖은 이프리트 에기가 미끄러지듯 전진하기 시작하자 강도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손을 부상당한 휴런 남성은 벌써부터 밖으로 나가는 문을 향해 슬금슬금 움직이고 있었다.


, 어쩌죠 형님!”

어쩌긴 어째! 마법 생물일 뿐이라니까! 우오오오오!”


기합과 함께 큰 도끼가 휘둘러졌다. 거체와 그에 알맞은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에 도끼는 대기를 가르고 이프리트 에기의 정수리를 쪼갤 듯이 내리쳐졌다.

그리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루가딘 남성의 비명이 울렸다.


어억..!”


루가딘 남성은 화염과 함께 튕겨 나오는 도끼를 붙잡고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며 자세를 회복했다.

이프리트 에기는 손톱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루가딘 남성의 전력의 일격을 튕겨낸 것은 이프리트 에기의 몸 주위에 펼쳐져있는 반사 방벽이었다.


물론 그런 것을 루가딘 남성은 알 길이 없었다.

그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단 한 가지.

어느 샌가 치켜 올라가 있는 저 붉은 팔이 곧 휘둘러질 것이라는 것과, 막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이었다.


부우욱! 천을 둘로 찢는 소리와 같은 거친 파공음이 들렸다. 땡그랑 거리는 맑은 소리는 동강 동강난 라라펠 남성의 창날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이프리트 에기의 일격은 황급히 뒤로 물러난 두 강도들의 무기를 스쳐지나갔다.

루가딘 남성은 자신의 도끼에 남겨진 세 줄기의 빨갛게 달궈진 상처를 보고 헛숨을 들이켰다.


"- 간다."

"넵?"

"도망간다. 지금 당장!"


그 말이 끝나자마자 루가딘 남성은 급히 집 밖으로 나가는 문을 향해 뛰어갔다.

라라펠 남성도 움켜쥔 조각난 창대를 이프리트 에기에게 던져버리고는 뒤따라 뛰어갔다.


이프리트 에기는 던져진 창대를 흔적도 없이 불살라버리며 유령처럼 스르륵 허공을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그리고 서로 먼저 나가려고 뒤엉켜 있는 세 강도들을 향해 다시 한 번 화염에 휩싸인 팔을 치켜들었고,


- 불꽃의 참격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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