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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ent is present #시작된 여정-8

번호 1572
카벙클 | 비술사 | Lv.70
19-09-28 23:28 조회 7842

오랜만에 다시 써봤습니다. 다들 즐판하시나요.

본 소설은 작가의 개인적인 상상욕을 채우기 위해 작성하고 있습니다!


*

 

아무 일도 안 일어나네.”


그녀는 마도서를 잡은 손을 바라보며 툭 고개를 떨구며 그렇게 말했다. 뭔가 판타지스러운 것을 기대한게 왠지 부끄러웠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꼬마친구들이 또 옹기종기 모여들자 얼른 괜찮다 말하며 마도서를 펼쳤다. 펼쳐진 마도서는 첫장부터 알 수 없는 기호와 도형, 문자들의 향연으로 가득했다.


우아아... 하나도 모르겠다아...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의 손이 빠르게 마도서를 넘기다가 멈칫했다.

새하얀 빈 페이지에 쓰여 있는 문장. 지금까지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과 다른,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자로 쓰인 짧은 문장이 있었다.


이건...?”


그녀는 소리내어 문장을 읽어나갔다.


듣고, 느끼고, 생각하세요-”


아는 문장이었다. 파이널판타지14를 시작할 때 나오는 대사이자 빛의 크리스탈인 하이델린의 단골 멘트였다. 하지만 그 뒤에 한마디가 더 붙어있었다.


“- 그리고 행동하세요...?”


그녀의 눈이 문장 아래의 빈 여백을 주르르 훑었다. 꽤 많은 빈공간이 지나가고 한쪽 하단 귀퉁이에 유려한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 당신을 보내주신 신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샤이나가 ■■■■■ 플레이어님께. -

 

검게 칠한 부분은 몇 번을 지우고 다시 적었지만, 결국 지워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문장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계속해서 읽었다.


샤이나는, 정말 있었구나.”


알게 된 것도 있었고, 알 수 없는 것도 있었다. 그렇지만-


뭔가 기쁘다...”


기뻤다.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키운 캐릭터가 실재했다는 것이. 그저 기뻤다.


그래, 행동해봐야지!”


마도서를 들고 일어난 그녀의 얼굴이 조금 더 밝아보이는 것은, 텅 빈 가슴 한 구석에 생긴 작은 온기 때문이었다.

 

*

 

파이널판타지14에는 하우징 시스템이 있다. 나만의 방, 나만의 집을 얻고 꾸밀 수 있게 해주는 컨텐츠였다.

그리고 그녀는 샤이나의 방을 그녀가 속한 부대하우스의 일실로 설정해놓고 있었다.

그 말은 즉, 방문을 열면 자유부대의 하우스라는 의미였다.


우아아...”


-그래야 하는 것인데...


여기, 어디?”


일단 행동해보기 위해 방문부터 용기있게 열어본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화려한 로비였다.

비슷했다. 뭔가 비슷...한 거 같았지만, 그녀가 부대하우스라 생각하며 보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만큼 로비는 넓고 화려했다.


. 저건 내가 사다 둔 거다.”


그녀는 사람 키만한 바하무트 모형도 만져보고, 보석으로 만들어진 카벙클 램프도 쿡쿡 조심스레 찔러보기도 했다.

놓여진 관목이나 벽화도 구경하다 로비에 있는 미닫이문을 열고 빼꼼 바라보기도 했다.


여기는 부대장실이네.”


놓여있는 기다란 탁자와 의자들, 벽에 걸린 지도자들의 초상화와 지도, 큰 책장. 그녀는 추억에 젖은채 그곳을 바라보다 탐험을 계속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네.”


지하, 1, 2층 구석구석 살펴보았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혹여나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을 찾을까 기대했지만, 부대하우스에 있던 상점 NPC마저 없고 그 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공연히 쓸쓸해진 그녀는 2층에 있는 소파에 푹 몸을 파묻었다. 그리고 계속 가지고다니던 샤이나의 마도서를 끌어안았다내심 기대했던 것이 무너지자 다시 막막해진 느낌이었다.


밖으로 나가볼까?”


그렇게 말한 그녀는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샤이나였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그녀가 느끼는 자신은 매우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혹시 모르니까...’


그녀는 눈을 감고 뭔가 다른 것을 느껴보려 했다. 느껴보려 했지만 깜빡 잠에 들 것만 같았지 에테르마나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으음...”


그 다음은 신체능력 테스트였다.

시야는 기억 속 자신보다 훨씬 뚜렸했고 동체시력은 집안을 이리저리 노다니며 노는 꼬마친구들을 하나하나 쫓으며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해져있었다.


이게 들리네?”


그녀는 자신이 들어올린 피아노의 앞부분을 보며 놀라 중얼거렸다. 처음에 가볍게 들려 했을 때는 들리지 않다가 점점 더 힘을 주니 어느 샌가 들렸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몸은 아직도 좀 더 힘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음은 균형감각과 유연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이리저리 곡예와 같은 자세를 취하며 깡충깡충 뛰어보던 그녀는 문득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에 눈길을 빼앗겼다.

창가에 가서 보니 바다위로 져가는 태양와 그 빛을 받아 물들어가는 안갯빛 마을의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아름다운 광경에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안갯빛 마을의 저녁노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언덕위로 올라오고 있는 2개의 인영을 발견했다. 그들이 부대 하우스의 마당 바로 앞까지 오는 것을 확인하자 그녀는 후다닥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들은 멀리서 볼 때 잘 모르겠지만, 노란 셔츠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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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나 (19-10-26 18:44)
카벙클 | 비술사 | Lv.70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죠 한번쯤 꿈꿔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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